미래 경쟁력 확보 시급한 기업들, 노조에 ‘발목’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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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경쟁력 확보 시급한 기업들, 노조에 ‘발목’ 잡혔다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8.11.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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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 4차 산업혁명 대비 체질 개선 및 인력 효율화 시급
이익에만 혈안 돼 있는 노조에 발목…자동차·조선 산업 위기감 고조
빨간불이 켜진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경제를 견인하던 주력 산업들이 하나 둘 위기에 봉착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체질개선과 인력 효율화(구조조정) 등에 나서고 있지만,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동계가 회사의 경영상황이나 미래비전은 모른 채 하면서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는 노조의 발목잡기로 기업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경쟁력 순위는 최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140개국 가운데 임금결정 유연성(63위), 고용 및 해고관행(87위), 노사 간 협력(124위) 등이 하위권에 머물렀다.낮은 노동시장 경쟁력은 한국 경제의 중심인 자동차 산업의 뿌리까지 흔들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회복이 시급한 현대자동차는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 문제’를 반대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올해 3분기 실적 쇼크를 기록했음에도 지난 21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했다.심지어 현대차는 전기차나 수소전기차와 같은 미래차 트렌드에 대응해 생산구조 변화가 필요하더라도 노조의 허락 없이는 진행할 수 없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을 체결하며 4차 산업혁명 대응 관련 노사공동 협의체 구성한 상태다. 미래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노조가 사측에 일찌감치 이 같은 협의체를 추진한 것이다.경영정상화 합의 반년 만에 노사 갈등이 불거진 한국GM도 상황은 비슷하다. 산업은행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수천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이 회사를 살렸지만, 한국GM 노조는 생산성 증대 및 경쟁력 강화는 뒷전인 채 회사의 연구개발(R&D)법인 분리 움직임에 반대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최근 강성 노조의 등장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르노삼성은 3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해왔지만 올해 강경파로 분류되는 노조위원장이 선출되면서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임금협상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노조의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 재편도 쉽지 않다. 신차 출시나 공장별 물량 배정도 노조의 허락을 맡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노조의 발목잡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존권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20일 오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해양공장 크레인의 모습. 이날 마지막 수주 물량인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가 완공돼 출항한 후 더는 작업할 물량이 남아 있지 않아 크레인이 멈춰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조의 발목잡기는 비단 자동차 산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부진을 이어온 국내 조선업계는 여전히 어두운 전망 속에서도 노조의 목소리가 우렁차다.조선업계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가까스로 흑자를 냈지만, 노조 파업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7월 파업을 벌인지 4개월만인 지난 20일 또 다시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21일에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했고 22일과 23일에도 4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했다.노사는 올해 임단협 쟁점인 해양사업부 유휴인력 문제와 기본급 인상 여부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회사는 해양사업부 유휴인력 1200명에게 평균임금의 40%를 지급하는 ‘기준 미달 휴업수당 지급 승인’을 울산 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했으나 기각되면서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임금의 경우, 노조가 7.9%의 기본급 인상(14만6746원) 및 250% 이상의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는 기본급 20% 반납 등을 요구하고 있다.여기에 최근 사측이 노조원 성향을 5단계로 나누고 회사에 호의적인 상위 3단계를 집중적으로 관리한 사실 등이 내부자 고발로 드러나면서 노사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정부의 엄청난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 역시 노조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구조조정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서 2015년 말 1만3199명이었던 인력을 올해 말까지 9000명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6월 말 기준 대우조선의 임직원 수는 9960명으로 자구계획대로라면 1000명 가까운 인력을 내보내야 한다.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부터 삼정KPMG를 통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추후 실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협의해 구조조정 여부와 규모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이에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노조의 거센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0월 노조 새 집행부로 선출된 신상기 지회장은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10기 취임식에서 “또 다시 인적 구조조정까지 시도하려고 하는 사측과 채권단에게 현장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이 많이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노조는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매년 파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인력 효율화마저 노조의 눈치를 봐야 한다면 경영정상화는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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