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공방 2라운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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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공방 2라운드’ 돌입
  • 대선 특별취재팀
  • 승인 2007.12.0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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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검찰 발표 전면 부인…신당 의원들 “김경준씨가 공포심을 느끼고 있었다”

신당측 “김경준씨 접견 뒤 엄청난 거래가 실제로 있었는지 충격 받아”
검찰 ‘형량거래 메모’ 수사 본격화…한나라당 “이미 끝난 게임인데…”

[매일일보닷컴] 김경준씨가 검찰의 발표를 잇따라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에 따라 대선정국에 파장이 예상된다. 김경준씨는 지난 5일 무소속 이회창 후보 측 김정술 변호사를 접견한 데 이어 6일에는 김 변호사 외에 대통합민주신당 정성호, 김종률, 이상경 의원과 임내현 법률구조본부장 등을 잇따라 접견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전면 부인했다. 김경준씨를 접견한 김 변호사와 신당 의원들에 따르면, 김씨는 BBK 실소유 여부, 이면계약서 위조 여부, 시사IN에 보도된 필담메모 등 핵심 쟁점에 대해 검찰 발표를 전면 부정했다.

▲ 지난 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임내현 클린선거본부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김경준 접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를 접견한 대통합민주신당 정성호 이종걸 이상경 임내현 의원은 지난 6일 “김씨가 ‘매일 와서 조사 과정에 입회해 달라’고 부탁하더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된 접견에는 전날 김씨와의 만남을 마친 무소속 이회창 후보 측 법률지원단장 김정술 변호사도 동행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검찰이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면 보복성으로 12~16년의 형을 살 수도 있다’며 김씨를 협박했다”는 요지의 접견 대화록을 공개했다.

정성호 의원은 “우리는 (김경준씨의) ‘변호인이 되려고 하는 자’ 입장에서 접견 신청을 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고 담당 검사의 확인을 거쳐서 김씨를 만났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김정술 변호사는 ‘김경준씨와 24시간 함께 있고 싶다’고 하더라”며 “우리끼리 팀을 구성해서 매일 (김씨를 만나러)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가 ‘당신들이 계속 도와줄 수 있느냐. 필요한 정보만 듣고 빠지는 건 아니냐’고 묻는 등 공포심을 느끼고 있었다”며 “그래서 ‘그렇지 않다. 양심을 걸고 도와주겠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씨를 접견하고 이런 엄청난 거래가 실제로 있었는지 의심이 가는 한편, 충격을 받았다”며 “그러나 김씨의 말이 상당 부분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신당은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의 회유 협박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당 율사 출신 의원과 변호사 40명으로 ‘김경준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다음은 이들이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공개한 김씨와의 대화 요지.

- 검찰이 형량 감해 준다고 회유했나.
“귀국해서 검찰에 갔을 때 ‘이명박씨를 위해 진술해 주면 추가 혐의나 추가 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검찰의 약속을 받았다. 담당 검사가 처음에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런데 기소 후에 검찰이 (약속과 달리) 추가 조사를 해서 충격 받았다. 한미 범죄인 인도요청에 따라 귀국한 건데 인도요청 과정에서 범죄사실이 적시되므로, 검찰은 적시된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조사할 수 있는데도 추가 조사를 했다. 아무래도 (장모에게 건넨) ‘자필 메모’ 때문인 것 같다”

- 검찰이 어떤 식으로 조사했나.
“첫날과 둘째날은 내 혐의에 대해 조사했지만, 셋째날부터는 이명박씨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 조사받았다. 검사실에서 변호인 입회 없이 검사와 단 둘이 조사 받은 적이 많다”

- 검찰이 발표한 중간 수사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검사가 하라는 대로 하면 나중에 중간 정도(이명박씨가 관련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는 애매모호한 발표)로 모든 것을 발표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종 발표를 보니까 (이명박씨가 혐의 사실을) 전부 빠져나가서 충격 받았다. 이명박씨에게 유리하게 진술한 것을 후회한다. 검사가 12년 형 운운해서 겁이 났다. 어떻게든 형량을 내리고 싶은 마음에 검사에게 협조한 것이다”

- 검찰이 감형을 미끼로 회유했나.
“귀국하면서 (검찰에) 이면계약서 사본을 제출했는데 (당시) 검사가 ‘검찰이 굉장히 힘들다. 우리도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까 이명박을 칠 수가 없다. 검찰도 살고 김경준도 살 수 있는 방법은 이면계약서를 위조했다고 진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가 ‘판사는 필요없다. 우리가 조서도 맞춰 주고 구형도 낮춰 주고 재판 과정에서 당신이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이의 제기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 검찰이 협박했나.
“(담당) 검사가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될 거 같은데, 당신이 협조하지 않으면 보복 차원에서 12년 내지 16년을 줄 수 있다. 그러니 검찰에 협조해라. 검찰만이 당신을 보호할 수 있다. 검찰도 살고 당신도 살아야 한다'고 부탁했다”

- 검찰에게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는 대가로 감형해 달라고 요구했나.
“(미국의 플리바게닝 제도를 염두에 두고 담당) 검사에게 ‘그럼 계약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 형량에 관해서 정확히 해달라’고 요구하긴 했다. 그러니까 검사가 ‘3년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3년이면 집행유예도 가능하다. 우리가 집행유예 받도록 도와주겠다’고 하더라”

-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라고 협박했다’는 자필 메모를 작성하게 된 경위는.
“11월23일 미국에서 어머니가 한글 이면계약서를 가지고 귀국했다. 검찰 접견실에서 장모가 오길 기다리면서 작성했다. 누나인 에리카 김과 아내는 영어에 익숙하지만 장모는 영어를 잘 못해서 한글로 작성했다. 책상 위에서 필담을 주고 받았는데, (면회 시간이 끝나고) 메모를 버릴 데가 마땅치 않아서 장모가 가지고 갔다”

- 자필 메모가 언론에 공개된 과정에서 누군가의 압력을 받았나.
“공개 과정에서 누군가의 의사가 개입된 것이 아니다”

- 도장은 누가 찍었나.
“이명박씨가 직접 찍었다”

- 이명박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 등의 인감을 갖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찍었나.
“그렇다”

- 이면계약서를 위조했나. 작성 시기는.
“위조한 것이 아니고 1년 전으로 날짜를 소급해서 도장을 찍었다. 이명박씨가 도장을 찍어줬다. 시기는 2001년 3월이 맞다”

- 그런데 왜 1년 전으로 날짜를 소급해서 작성했나.
“이명박씨가 하도 떠들고 다녀서 문제가 생겼고 그래서 금융감독원에서 조사 나왔다. 이명박씨가 내게 ‘네가 다 뒤집어 쓰면 회사를 살릴 수 있다’고 하길래 내가 다 한 것처럼 작성했다. 1년을 소급해서 문서를 작성한 뒤 이명박씨에게 도장을 찍어달라고 해서 이명박씨가 직접 도장을 찍었다”

- 검찰에서 계약서 위조 근거로 ‘BBK 사무실에 없던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됐다’고 발표했다.
“처음 사무실을 열 때부터 잉크젯 프린터와 레이저 프린터 둘 다 있었다”

- ‘BBK는 김경준의 소유이고 이명박씨 소유가 아니다’라고 진술한 적 있나.
“검사가 조서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정리하자’고 하길래 ‘그렇게 하세요’라고 답했을 뿐이다. 어떤 것은 ‘오케이’하고 어떤 것은 수정했다. 그런데 그게 결과적으로 (BBK가 내 소유라고) 인정한 셈이 됐다”

- ‘다스’ 실소유주는 누군가.
“이명박씨가 처음부터 ‘다스는 내 소유’라고 얘기했다. 이명박씨가 ‘외국인이 다스를 2억달러에 사려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다스의 여러 가치로 봤을 때 그 정도 액수면 팔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 왜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았나.
“묵비권을 행사하고 싶었지만 검사가 ‘(한국에서는) 진술을 거부할 수 없다. 여기서는 그렇게 하면 유죄를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귀국 이후 20일 동안 매일 검찰청 구치감실에서 조사 받아서 많이 위축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주임 최재경 부장)은 이와 관련 6일 김경준씨를 “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고 주장한 이른바 ‘형량거래 메모’와 ‘이면계약서’ 작성 경위 등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특히 김씨의 장모를 통해 공개된 “검찰이 진술에 따라 형량을 조절해주겠다”는 내용의 메모의 작성 시점과 장소, 유출 경로 등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메모가 구치소에서 작성됐는지 여부와 미국 LA에 거주하고 있는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씨에게 보내진 과정 등을 우선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김씨가 장모를 면회하면서 교도관의 감시를 피해 메모를 작성하기가 쉽지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분량의 내용을 메모하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보고 수사중이다. 검찰은 더불어 문제의 메모가 미국을 거쳐 국내 시사주간지에 보도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키로 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이면계약서’를 위조한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하고 사문서 위조 혐의를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옵셔널벤처스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중지된 에리카 김씨를 한국으로 송환해 형사 처벌할 목적으로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에리카 김씨는 미 연방 검찰에서 문서 위조를 비롯해 돈세탁, 허위 세금보고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 10월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변호사 자격을 반납했다. 검찰은 당분간 특별수사팀을 해산하지 않고 김씨를 불러 보강 조사를 벌이는 한편 이 후보 관련 고소와 고발 사건도 처리할 예정이다.

▲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서 열린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BBK관련 검찰수사결과규탄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는 6일 오후 명동에서 열린 검찰규탄 집회에서 “김경준씨가 이명박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김씨는 미국에 이민 가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꿈을 이룬 당당한 젊은이로 생각될 것”이라며 “(김씨가) 이명박씨를 만난 것이 불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장모에게 보낸 메모에서 김씨는 서툰 글씨로나마 ‘대한민국 검찰이 이명박 후보를 무서워한다’고 진실을 적었다”며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국민이 아는데 검찰이 무죄라고 한 것은 거짓이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정재벌, 특정검찰, 특정후보, 특정언론이 결성한 수구부패 동맹 앞에 맥없이 물러날 5천만 국민이 아니다”며 “확고한 신뢰를 갖고 수사 무효, 진실 승리라는 오늘의 외침이 온 국민의 가슴에 통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손학규 공동선대위원장은 “대한민국 검찰이 해도 너무했다”며 “웬만큼 했어야지. 국민들도,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좀 심하다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힐난했다.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은 “끝까지 검찰을 믿고 싶었다. 아니, 믿었다”며 “그러나 검찰은 국민을 배반하고 말았다.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충격과 고통을 준 검찰은 어제 날짜로 ‘정치검찰’이 됐다”고 개탄했다.

실제로 정치권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김경준씨의 ‘자필 메모’로 불거진 검찰의 협박 의혹에 대해 김씨와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해서 진의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미 끝난 게임인데 내년 총선을 위해 BBK 불씨 살리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신당 의원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어디가서 뺨 맞고 와서 화풀이 하느냐”며 “(검찰의 수사 과정 문제는) 재판과정에서 밝혀질 문제이며 이에 대해 특검을 하자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응수했다.

주 의원은 “신당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총선용 정치공세를 하려고 이자리에 온 것으로 생각한다”며 “망할 놈의 국회법 때문에 이상민 간사와 협의는 하겠지만 대선 이후라면 얼마든지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BBK 공세는) 신당의 전략 실패다. 신당 의원들도 이미 게임 끝났다고 생각해서 패배주의에 살고 있다”면서 “국민은 내성만 생겨서 (BBK 공세를 퍼부어도) 아무 상관을 안한다. 지난 10년간 권력의 단맛을 본 의원들이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이제와서 왜 엉뚱한 이야기 하느냐”고 따졌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무혐의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과 관련 6일 “검찰수사발표에서 그렇게 나왔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는 6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의) 진실은폐 뒤에 거대한 음모가 작동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그 음모는 곧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7 대선 특별취재팀>

김경준씨 첫 공판 24일 열린다 

김경준씨에 대한 첫 공판이 대선 후인 오는 2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일 김씨의 사건을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오)에 배당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동근 형사부 공보판사는 “김씨 사건은 신속한 처리를 위한 적시처리 사건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씨의 사건을 맡은 오재원 변호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가 범죄 혐의 전체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있다”며 검찰이 발표한 수사내용과 수사과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오 변호사는 또 검찰과의 ‘형량거래’ 및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관련 의혹들에 대해 “재판에서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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