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재벌가 딸들 빵사업에 칼 뺐다…대대적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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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재벌가 딸들 빵사업에 칼 뺐다…대대적 조사 착수
  • 변주리 기자
  • 승인 2011.10.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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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김석·변주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가 딸들에게 ‘사정의 칼날’을 들이댔다. 최근 신세계·롯데·삼성 등 재벌가 자녀들이 베이커리 사업에 진출, 무분별한 영업 확장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가 이들 업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공정위가 백화점에 대한 판매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업체가 백화점 및 대형 할인점에 입점, 다른 업체보다 낮은 판매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어 이에 따른 압박용 수단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자영업자 죽이는 빵 사업 진출 모자라 낮은 판매수수료 특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강도 높은 조사 이뤄질 것”

▲ 왼쪽부터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장선윤 블리스 대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그룹 관계자 및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7일 조선호텔베이커리, 블리스, 보나비 등 3사에 대한 조사요원을 투입, 영업 및 마케팅 부서의 PC와 관련 장부 일체를 확보하고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규정에 따라 시장감시를 포함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며 “조사의 특성상 해당 의혹과 관련된 자료의 은닉 및 유출 등을 감안해 사전 통보 없이 착수 됐다”고 밝혔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전형”

조선호텔베이커리, 블리스, 보나비 등 대기업의 베이커리 계열사에 대한 이번 공정위 조사는 최근 정치권의 화두인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베이커리와 같이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은 대기업의 일감이 이들 업체에 몰리면서 기존 사업자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는데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영세 시장을 휩쓸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6월7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재벌 딸들이 빵집 사업까지 진출해 동네 빵집들이 죽을 지경이라고 호소한다”는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의 지적에 “동반성장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신세계와 롯데 및 삼성가의 자녀들이 운영하는 이들 업체는 해당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백화점과 대형 할인마트에 입점하고 있거나, 매출액의 상당 부분이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나오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 정유경 부사장이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신세계그룹의 비상장 계열사로, 전국 이마트에 독점적으로 빵과 피자를 공급해 동네 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주)신세계와의 거래를 통해 1380억원의 매출을 올린 ‘조선호텔베이커리’의 총 매출액은 1600억원이다.

전국 롯데백화점 점포를 통해 빵을 공급하고 있는 ‘블리스’ 역시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대표가 운영하는 외식계열사로 지난해 11월 설립됐다. 장선윤 대표는‘블리스’ 지분의 7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전국 12개 롯데백화점 매장에 입점해 있는 프랑스 카페형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을 운영하고 있다.

‘보나비’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호텔신라가 100% 자본금을 출자한 자회사다. 보나비는 현재 베이커리 카페 ‘아티제’를 직영하고 있으며 지난 3월 개점한 15번째 ‘아티제’ 매장, 청계광장점은 중소 외식 브랜드인 ‘크라제버거’와 ‘스무디킹’의 자리를 대신했다. 보나비는 지난해 호텔신라와의 거래를 통해 6억7천만원의 매출액을 거뒀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3사는 오너 일가의 자녀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거나 많은 양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적인 케이스”라며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수수료 특혜 집중조사해 백화점 압박

업계에서는 판매수수료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8일 공정위가 해외명품 및 국내 브랜드 업체의 백화점 판매수수료 실태 조사 결과를 밝힌데 이어 25일에는 중소납품업체의 판매수수료를 발표하는 등 공정위가 백화점업계에 전방위적 압박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당초 백화점의 판매수수료 인하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백화점업계와의 팽팽한 기 싸움 끝에 내놓은 수정된 개선안에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다. 수정된 개선안은 수수료를 3~7% 인하하는 대신 수수료 인하 대상 업체를 기존안보다 두 배 가까이 늘린다는 내용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국내 백화점에 입점한 해외 명품업체 대부분의 수수료율은 16~19% 수준이며, 일부는 15% 이하의 수수료를 적용받았다. 반면 국내 브랜드의 수수료율은 30% 이상인 경우가 많았으며, 롯데·현대·신세계 등 3개 백화점에 납품하는 중소업체들은 평균 31.8% 수수료를 부담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조선호텔베이커리와 블리스가 해당 모기업의 유통망에 입점해 내는 판매수수료가 국내 타 브랜드 및 중소업체들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 각각 21%, 26%(관리비 포함)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으며, 블리스 역시 롯데그룹 계열 제빵업체 롯데브랑제리가 롯데마트에 22.5%, 롯데백화점에 26%(관리비 포함)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보아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가 낮을수록 업체가 가져가는 부당 이익은 많아진다”며 “최근 백화점 수수료 부분에 대해 공정위가 압박하고 있는데, 이번 조사 역시 압박용 수단의 일환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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