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김민지 기자]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불법정치자금을 밥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서울중앙지법(김우진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했다.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건냈다는 한만호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선고의 이유다.
하지만 한씨로부터 금품과 신용카드 등을 제공받아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던 한 전 총리의 측근 김모(51·여)씨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453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한씨에게 9억원을 받았다고 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한씨의 검찰 진술 뿐”이라며 “검찰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을 뿐더러 법정 진술 또한 번복하는 등 일관성이 없어 한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한 전 총리가 9억원을 받았다는 직접적 증거인 정모씨의 진술, 9억원 환전내역 및 금융자료,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의 자료 등도 유죄로 인정할 증거로는 부족하고, 한 전 총리와 한씨가 거액의 정치자금을 주고받을 만한 친분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에 대해 2007년 3월 “대통령 후보 경선비용을 지원하겠다”는 건설업자 한씨의 제의를 받아들인 뒤 환전한 5만 달러와 현금 1억5000만원, 1억원권 수표 등 3회에 걸쳐 미화 32만7500달러와 현금 4억8000만원, 1억원권 자기앞수표 1장 등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당시 경기 고양시 자신의 아파트 부근 도로에서 현금·달러·수표를 담은 여행용 가방을 직접 가지고 온 한씨를 만났으며 가방을 넘겨받은 뒤 자신의 승용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 전 총리는 17대 국회의원 당선 직후인 2004년 5월께 한씨 소유 건물 일부를 지역구 사무실로 빌리면서 처음 만났고, 이후 한씨가 한 전 총리의 아파트 공사와 하자 보수를 맡기도 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아울러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20일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등과 총리공관에서 가진 만찬에 한씨를 초대하는 등 한씨에게 사업상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기소된 한 전 총리의 최측근 김씨는 2007년 2월부터 같은해 11월까지 경기도 고양시 한 전 총리 지역구 사무실에서 한신건영으로부터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용과 대통령후보 경선비용 등 명목으로 9500만원을 받고 나아가 버스와 승용차, 신용카드 등도 무상으로 제공받아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앞서 지난 1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4년 및 추징금 한화 5억8000만원과 32만7500달러(한화 3억6516만여원)를 구형했다.
검찰은 또 사무실 운영비용 등 명목으로 금품을 받고 한신건영 소유 버스, 승용차, 신용카드를 무상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에 대해서는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3400여만원을 구형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법원의 정당한 판결을 환영한다”며, “야당 정치인에 대한 정치탄압 차원에서 진행된 검찰의 무리한 정치기소에 법원이 철퇴를 내렸다”고 논평했다.
민노당 신창현 부대변인은 “애당초 이번 사건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명숙 총리에 돈을 건냈다는 사건이 무죄로 판결날 공산이 크자, 별건으로 진행된 수사였다”며, “하지만 곽영욱 사장 사건과 마찬가지로, 돈을 건냈다는 당사자인 한만호 전 대표의 증언이 오락가락하고, 급기야는 진술번복까지 하는 등, 이미 무죄판결이 예정된 사건이었다”고 지적했다.
신창현 부대변인은 “이는 애초부터 검찰이 한나라당의 선거운동을 돕기로 작정하고 불순한 수사를 했기에 벌어진 일”이라며, “여당 선거를 돕겠다고 무고한 야당 정치인 한명을 짓밟은 검찰은 과연 양식이 있기는 한 것이냐”고 성토했다.
신 부대변인은 “검찰은 이번 무죄 판결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 스스로 권력집단이 되어 법을 무기로 국민을 농단하고, 정치를 우롱하는 검찰에게 국민은 신물이 나 있다”며, “검찰이 이러한 추악한 정치행보를 계속하는 한 국민은 검찰이 벌이는 그 어떤 일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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