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 회장의 알쏭달쏭한 계열사 지원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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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금 웅진 회장의 알쏭달쏭한 계열사 지원 방식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1.12.16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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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건설 부동산 담보신탁 체결후 수익권 '경서티앤알'에 양도

[매일일보 = 이한듬 기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아리송한(?) 계열사 지원 방식이 뒤늦게 재계의 도마 위에 올랐다. 건설경기 침체의 한파로 휘청이는 계열 건설사를 지원하기 위해 이 회사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긴 뒤, 그 수익권을 윤 회장 개인 소유의 특수목적법인(SPC)에 양도해 금융권 자금을 끌어당겼다가 또 다시 다른 SPC에 수익권을 되파는 등 복잡한 방식을 취한 것. 윤 회장은 수익권을 취득한 뒤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를 통해 자신이 출자했던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받아 챙겼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속내에 의혹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웅진 측은 이 같은 의혹이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취재해 봤다.

▲ 윤석금 웅진 회장
극동건설 부동산 담보신탁 맡긴 뒤 윤 회장 소유 SPC 설립해 수익권 양도
윤 회장이 출자한 자금 이자 얹어 모두 상환…시간 끌다 올 여름 땅 매각

미국발 금융 위기로 국내 건설경기가 나락으로 치닫던 지난 2008년,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재무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웅진 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극동건설 역시 한파를 피해가진 못했다. 이 때문에 웅진그룹은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를 통해 지금까지 수차례 유상증자와 채무보증 등으로 극동건설에 자금을 수혈해 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선뜻 이해되지 않는 지원 방법이 동원돼 눈길을 끌고 있다.

담보신탁 맡기고 수익권 노름?

웅진홀딩스는 부동산 담보신탁을 통해 받은 수익권 증서를 특수목적법인(SPC)에 양도하며 금융권의 자금을 끌어당겼다. 유휴 자산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수법으로 언뜻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복잡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극동건설은 지난 2008년 12월 31일 국제신탁과 회사가 보유한 인천 서구 경서동 692-1번지 공장부지 외 14필지 9만690㎡(약2만7,000평)에 대한 담보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중 2만3,000여평은 인천시와의 공유지고 실질적으로 극동건설이 소유한 면적은 7만3,908㎡(약2만2,400평)이다. 부지는 원래 웅진세라믹의 전신인 극동요업이 지난 1995년 취득한 것으로, 2008년 5월 극동건설과 웅진세라믹이 합병되면서 극동건설의 소유가 됐다.일반적으로 부동산 담보신탁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그 수익권을 통해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기 위함이다. 당시 재무악화에 시달리던 극동건설이 유동성 확보의 일환으로 택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였던 셈이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의문스러운 점은 그 뒤부터다. 극동건설이 부동산 담보신탁을 맡기며 발부받은 수익권의 이동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는 것. 일단 극동건설은 신탁을 맡기기 하루 전인 2008년 12월 30일, 극동건설이 지분 100%를 소유한 SPC ‘케이디경서개발’을 설립해 수익권을 운용·관리 및 처분토록 했다. 이후 2009년 6월 ‘경서티앤알’이라는 SPC에 수익권을 960억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그해 10월 해산했다.

오너회사 밀어주기 논란

수익권을 사들인 ‘경서티앤알’은 윤석금 회장이 100% 지분을 소유한 사실상 오너 개인회사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수익권 매입 자금 960억원 중 800억원을 금융기관에서, 모자란 금액 162억원6,300만원은 윤 회장으로부터 빌렸다. 이에 대해 웅진그룹 관계자는 “오너로서 책임을 지기 위해 지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경서티앤알은 수익권을 양도받은 직후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인다. 이 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명시된 정관에는 설립 목적이 해당 부동산을 개발해 분양할 목적으로 돼 있지만, 경서티앤알은 사실상 아무런 개발도 하지 않고 단순히 극동건설에 땅을 임대 한 채 그 수익만으로 운영돼왔다. 설립 첫 해인 2009년과 지난해 극동건설로받은 임대료는 각각 12억원, 16억3,200만원이며, 이 회사가 벌어들인 모든 수익이다. 올해 초에도 5억6,400만원을 극동건설과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극동건설을 지원하기위해 만든 SPC가 정작 극동건설로부터의 수익에만 의존해 온 점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너 개인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서티앤알은 총 28억원의 임대료 수익 중 20억원을 윤 회장에게 이자로 지불했는데, 어마어마한 차입금에 비하면 지극히 초라한 수입으로 윤 회장에게 매년 8.5%의 이자를 꼬박꼬박 상환한 셈이다. 아울러 경서티앤알은 지난해 12월 31일 ‘경서산업개발’이라는 법인에 수익권을 1,050억에 팔았는데, 이 때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 440억원으로 윤 회장에게 빌린 162억6,300만원을 전부 상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서티앤알이 윤 회장의 ‘비밀곳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땅을 팔렸지만 의구심은 여전

이 같은 의문스러운 거래는 올해 8월 해당 부동산이 LG전자 1,035억원에 매각되며 일단락 됐다. 존립근거가 사라진 경서티앤알은 올해 10월 해산했고, 수익권을 마지막으로 매입했던 경서산업개발도 같은 달 해산됐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경서티앤알이 경서산업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줬으며, 처분된 부동산에서 발생한 수익은 수익자인 금융기관에게로 돌아갔다”고 말했다.하지만 의문점은 여전하다. 애초에 부동산을 팔면 될 것을 굳이 수익권을 SPC에 세 차례나 옮기며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 웅진그룹 관계자는 “처음에는 땅을 매각하려 했지만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담보신탁을 맡기게 됐다”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절세’를 위한 목적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탁된 부동산을 처분해 수익자가 얻는 돈에 대한 세금은 수익자가 내는 것”이라며 “웅진이 극동건설 부동산 수익권 매매 대금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세금은 내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와는 별개로 수익권을 마지막으로 매입했던 경서산업개발의 존재도 의문이다. 자본금 100만원에 불과한 회사가 어떻게 1,050억원에 달하는 수익권 양도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440만원을 선납할 수 있었는지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케이디경서개발-경서티앤알에 이어 이 회사 역시 웅진 측이 설립한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웅진 관계자는 “우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회사”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간 경서동 부지와 관련해 많은 논란과 의혹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는 모두 말도 안 되는 것이며, 우리는 이득을 본 것은 없이 오히려 손해를 봤다. 또한 이미 해당 부동산이 다른 기업에 매각된 이상 모든 의혹은 해소된 것”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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