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멘트 오너 일가, 검찰 수사 받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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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시멘트 오너 일가, 검찰 수사 받는 까닭
  • 김진아 기자
  • 승인 2011.12.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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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진아 기자] 한일시멘트그룹 오너 일가가 검찰 수사로 인해 고초를 겪고 있다. 한일시멘트 허동섭(63)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입한 후 부당하게 차액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친동생 허남섭 한덕개발 회장도 같은 시기에 주식을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가 오너일가 전체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의혹의 중심에 있는 한일건설은 몇 해 전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허 회장 일가의 검찰 수사로 인해 새로운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 한일시멘트그룹 허동섭 회장


한일시멘트 허동섭 회장 일가,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오너 일가 대량 지분 매입…경영 승계·대물림 노림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윤희식)는 지난 달 17일 한일시멘트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일건설을 포함한 계열사 7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한일시멘트 오너 일가는 한일건설이 지난 2008년 말 리비아에서 대형공사를 수주했다는 공시를 하기 전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수억원의 시세차액을 거둔 혐의를 받고 있다. 즉,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것.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2008년 12월 22일 한일건설은 리비아의 대형 공사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4,000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주택개발 사업의 수주액은 무려 1조 159억원에 달했다. 대형 수주소식에 힘입어 한일건설의 주가는 건설업종의 전반적인 하향세에도 불구하고 연일 상종가를 쳤다. 공시 전 19일, 종가는 4600원이었던 것이 공시 후 24일에는 최고 6940원까지 올랐다.

그런데 허 회장 일가는 공시가 있기 두 달 전에 이미 한일건설 지분을 사들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 회장의 자녀 서연(35)씨와 서희(26)씨는 10월 24일부터 28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한일건설 주식을 매입했다. 이들이 매입한 주식은 총 5만 6500주로 1억 6천만원에 달했다.

허 회장의 친동생인 허남섭(60)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한덕개발 역시 한일건설의 주가가 연이어 하락할 때인 10월 22일 장내매수를 통해 13만주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금융당국이 뒤늦게 조사에 착수하면서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한일건설의 리비아 계약 합의 시점이 공시한 날보다 두 달 가량 앞선 10월 14일이었던 것.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이 사실을 금융감독원에 통보했고 금감원은 정밀 조사를 진행했다.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 관계자는 “조사 결과 한일건설은 리비아 계약을 공시보다 일찍 체결했음에도 이를 뒤늦게 공시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만일 혐의가 확정될 경우 매매차익에 상응하는 벌금과 징역형벌이 가해진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3월 허동섭 회장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고 검찰은 강도 높은 내사를 벌인 뒤 최근 확실한 혐의를 포착해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 대량 매입 이유는?

만약 허 회장이 일부러 늦게 공시를 하고 이를 이용해 지분을 사들인 것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시세 차익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허 회장의 자녀들이 주식을 매수할 당시 한일건설의 종가는 2700원에서 3000원 사이로 공시 후 급등한 주가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일시멘트의 계열사인 한덕개발도 보유했던 주식 16만주를 처분해 약 수 억원의 매매차익을 얻었다. 허 회장 일가의 주식 매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주식 매입이 있기 바로 몇일 전 주가 급락으로 조회 공시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2008년 10월 21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현저한 시황변동에 대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한일건설 측은 “주가급락에 영향을 미칠 사항으로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공시했다.

9월 30일 종가 6300원이던 한일건설의 주가는 10월 중순까지 내리막을 걸었고 급기야 반토막이 났다. 이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을 때를 노려 지분을 늘리려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경영권 승계나 부의 대물림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재벌기업들은 으레 그렇듯이 지분 매매를 통해 실탄을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전 정지작업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한일시멘트 오너 일가는 2008년부터 꾸준히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늘려왔다.

특히 허 회장의 동생인 허남섭(60) 회장의 아들 정규(20)씨는 지난해부터 한일시멘트의 주식을 꾸준히 매수해왔다. 미성년자였던 정규 씨가 취득한 지분은 총 3만 8000여주로 당시 주가로 환산하면 무려 25억원에 달한다. 허 회장의 형제들 중 맏형인 허정섭(72)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자녀들도 매년 지분율을 높여가며 미묘한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허 회장 일가의 지분 매입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한일건설 홍보팀 관계자는 “해외 공사 계약의 경우 확정 시기가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며 “리비아 프로젝트의 경우 계약이 확정된 것은 12월이다”라고 답했다.

여하튼 검찰 수사로 인해 한일건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난해 워크아웃에 돌입한 후 허 회장이 책임경영을 표방하며 대표로 올라서, 회생의 박차를 가하는 듯 했으나 이번 수사로 인해 회생작업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1961년 설립된 한일시멘트는 시멘트, 레미콘 등을 취급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 14%로 시멘트업계 상위 7개사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허정섭 명예회장으로, 8.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친동생들인 허동섭 회장과 허남섭 회장은 각각 5.17%와 4.32%의 지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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