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날개, 비상구가 없다!
[매일일보 김진아 기자] 부동산 디벨로퍼의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던 프라임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소형 주택업체로 출발한 프라임그룹은 구의동 테크노마트 개발을 시작으로 불과 15년 만에 1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되자 자금난을 겪으면서 성공 신화의 1등 공신인 강변 테크노마트를 비롯한 계열사들을 줄줄이 M&A시장의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매각조차 난항을 겪으면서 끝내 워크아웃에 돌입하고 말았다.
여기에 최근 백 회장이 주식 헐값 매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재계에서는 프라임그룹이 점점 나락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프라임, 로비 의혹 이후 자금난 악화로 줄매각
그룹 계열사는 워크아웃·회장님은 검찰 수사…첩첩산중
최근 관계사 주식을 적정가격의 1/33가량으로 팔아치운 혐의로 백종헌(59) 프라임그룹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박규은)는 프라임그룹의 관계사 서울차이나타운개발(이하 차이나개발)의 주식을 현저히 낮은 가격인 1만원에 팔아 회사에 46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백 회장과 강모(59) 전 차이나개발 대표를 불구속기소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고양 일대 차이나타운 개발을 위해 설립된 의 주가는 2008년 4월 이후 주당 33만여원에 달했다.
그러나 차이나개발의 이사인 백 회장 등은 2008년 10월께 이사회를 열고 적정가의 1/33정도 가격인 주당 1만원으로 신주가격을 책정, 1만4100주를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차이나개발은 총 46억1800만원가량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프라임그룹은 1984년 호프주택건설을 모태로 출발, 1988년 프라임산업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엔지니어링업계 매출 5위인 삼안을 인수하면서 1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 부동산개발 그룹으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후 프라임저축은행·한글과컴퓨터·동아건설을 잇따라 인수하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당시 프라임그룹은 외환위기를 겪었음에도 부실기업 4개를 인수하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프라임그룹이 22년 만에 매출 1조원대의 그룹으로 성장하면서 백종헌 회장은 개발능력과 M&A안목이 탁월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나랏님 미움 산 프라임그룹
그러나 한 때 성공가도를 달렸던 프라임은 이내 검찰의 사정칼날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동안 프라임그룹은 국민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쳐 사업을 확장하면서 구 정권 실세들에 대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아왔다.
프라임그룹의 자금 운용에 대해 한 달 넘게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여온 검찰은 계열사 최고위급 간부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속속 진행했다. 급기야 의혹 사건의 핵심에 있는 백 회장에 대해서도 사정의 칼날을 매섭게 휘둘렀다.
서울서부지검은 백 회장이 지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그룹 계열사 자금 400억 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800억 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구속 기속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김창석)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여기에 백 회장의 셋째동생인 백종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도 구속됐으며 둘째동생인 백종안 프라임서키트 대표에 체포 영장이 발부되는 등 삼형제가 나란히 검찰 수사를 받는 초유의 비극을 빚기도 했다. 프라임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던 검찰은 이들에 대해 횡령 및 배임, 주가조작 등의 혐의가 있음을 밝혀냈다.
있던 것도 팔아야할 판?
설상가상으로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기 시작하면서 계열사를 하나 둘씩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프라임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2006년 동아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예견돼왔다.
백 회장은 지난 2005년 프라임이 종합부동산개발 그룹임을 강조하면서 세계적인 건설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자신있게 대우건설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시공능력 1위’로 평가받던 대우건설을 인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동아건설을 6800여억 원에 인수하게 됐으나 이 중 6000억 원을 외부조달비용으로 충당하면서 이조차도 힘들게 됐다.
또 다른 원인은 문어발식으로 영역을 확장해 대규모로 자금을 소요한 점이다. 프라임그룹은 한류우드와 무안기업도시 등 대형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프라임방송과 서울차이나타운을 인수해 몸집을 불려나갔다.
하지만 중구난방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을 뿐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한 채 빚만 늘어났다. 결국 완공한지 1년도 채 안된 신도림 테크노마트 사무동을 매각한 데 이어 지난 2003년 인수했던 한글과컴퓨터도 매물로 내놓아야만 했다.
구의동 강변 테크노마트도 본 계약을 체결 직전에 갑작스런 공진현상으로 건물이 흔들리자 무산되고 말았다.
연이은 악재 속 ‘휘청’
프라임그룹의 자산 매각작업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그룹 내 사정도 극도로 악화됐다. 그룹 계열사인 프라임개발과 삼안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동아건설은 워크아웃을 면했으나 프라임개발 간에 얽힌 채무금액과 지급보증액이 수 천억 원에 달해 계열사들이 워크아웃 벽을 넘지 못할 경우 재매각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삼안 노동자들이 채권단 회생안인 ‘구조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워크아웃의 난항이 예상된다.
프라임이 진행하고 있던 한류우드 사업도 2008년 착공식을 가진 이후 삽도 뜨지 못했다. 이 사업은 경기도 일산신도시의 알짜배기 땅에 5조 9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도시개발사업으로 2012년까지 테마파크를 비롯해 호텔, 방송미디어·업무·상업시설 등이 조성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선협상자인 일산프로젝트와의 소송에 휘말려 사업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 상태다.
경기도에서 진행 중인 또 다른 사업도 공사가 중단됐다. 프라임그룹의 계열사인 서울차이나타운개발은 1조 3천억 원을 들여 고양시 킨텍스 지원시설 부지에 차이나타운을 건립할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9월 공정률 35%에서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28일에는 백 회장이 이 회사의 주식을 헐값에 매각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사업을 추진하려면 일정비율의 외국 자본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조건을 맞추기 위해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프라임그룹은 동아건설과 삼안을 패키지로 묶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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