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소상공인들이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탈을 막기 위해 유통산업법 개정안 입법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4일 국회 정문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소상공인연합회뿐 아니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이 참여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현재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을 대상으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을 지정한다. 하지만, 복합쇼핑몰 등 신종 유통전문점은 해당 규제를 벗어나고 있다. 개정안은 규제를 피한 상황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대형마트들은 매장 설립을 우해 스스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해 일방적으로 입점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지역경제가 말살되고 중소상공인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이달 열리는 20회 국회에는 총 28건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현재까지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는 과연 민생을 제대로 돌보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하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패스트 트랙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장은 “대형유통마트의 상권 진입은 인근 15~20km 상권을 초토화한다”며 “복합쇼핑몰은 무혈입성하고 있으니, 어떤 민생 입법보다 복합쇼핑몰을 입점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방 회장은 “여야 모두 이번 3월 국회가 지나기 전에 개정안을 통과시켜 지역상권을 살릴 것을 촉구한다”며 “이번 국회에서 꼭 개정안이 통과돼 골목상권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괴물을 제발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소상공인과 유통업계의 갈등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 2014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쇼핑몰 인근 소상공인들은 대형쇼핑몰 출점 이전 대비 매출액이 평균 46.5% 줄었다고 답했다. 소상공인들은 대형쇼핑몰 출점이 실제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이와 달리 유통업계에서는 대형쇼핑몰이 지역상권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복합쇼핑몰의 경우 대리점이 아닌 가맹점 형태의 자영업자 비율이 70% 이상에 달한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자료를 근거로 반발하고 있다. 이는 입점 자영업자들과 지역 소상공인들이 같은 입장이라는 주장이다.

소상공인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업종만 조사하는 현행법을 전문 기관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등 상생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라며 “대기업 측에서는 입점 자영업자를 볼모로 지역 상권 붕괴 저지를 일방적인 역갑질로 내몰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