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통계 위한 일자리 앞당기기에 멍든 老心/ “文대통령 되고나서 뭐가 자꾸 바뀌는데” 불만
[매일일보 박규리·박숙현 기자] 정부가 지난해와 달리 노인 일자리 사업을 서두르듯 추진하면서 일하기 위해 추운 겨울 거리로 나가거나 신청 시기를 놓친 노인들의 실망감이 크다. 사업 설계가 엉성해 복지·일자리 공급으로서의 기능 모두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모집시기 2월에서 1월로 변경...급한 추진으로 홍보 제대로 안돼지난 15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김모(76세) 씨는 당뇨병으로 고통받는 몸을 이끌고 노원구청 1층 로비를 서성였다. “여그 복지센턴가 뭐시긴가 취업 면접 보는 곳이 어디지요”라고 물어가며 5층 어르신복지과에 도착했다. 일자리 상담을 마치고 나온 김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사연을 물으니 “이미 면접 끝났댜. 1월에 이미 공고했댜. 상담 공무원 선생이 진종일 일하는 것밖에 없다는디 나는 그건 못혀”라고 했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김씨는 지난 2016년에는 중계근린공원 인근에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지킴이봉사단’을, 2017년부턴 ‘행복한마들지킴이’ 일명 밑밭찬 배달을 해왔다. 하루 3시간씩, 한달에 열흘 일하며 27만원을 받았다. 날이 춥거나 더울 때는 하루 1시간씩으로 일이 줄기도 해 긴 시간을 내기 힘든 형편에 도움이 됐다. 그는 올해도 도시락배달 일자리를 신청할 작정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예년처럼 2월에 집 근처 복지센터에 가보니 관계자가 “1월에 이미 공고했다. 신문에도 나왔다”며 마감을 알렸다고 했다. 그러다 이날 동네에서 쓰레기 줍기 일자리 활동을 하고 있던 이에게 물어물어 구청까지 오게 됐다. 정부는 “사업 시작시기가 예년보다 앞당겨져 참여자 모집기간이 대부분 조기에 마감이 될 수 있으므로 노인일자리 참여희망자는 서둘러서 신청해 달라”고 안내했다지만, 김씨는 휴대전화가 없어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인터넷을 모르는 김씨와 같은 어르신들에게 전화 안내는 사실상 유일한 소통창구다.노원구 노인 실외 공익형 일자리 프로그램 중 하나인 환경지킴이봉사단(모집인원 100명)·행복한마들지킴이·복지시설봉사단의 지난해 접수기간은 2월 5~9일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1월 24~29일로 신청자가 실제 활동에 들어가기 직전에 접수를 마쳤다. 모집이 덜 됐을 경우 자격에 1순위로 부합하는 이들을 찾기보다 차순위로 채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작성한 ‘사업 조기추진 계획’에 따르면 조기추진을 위한 조치사항으로 공익활동 참여자(만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권자) 부족 시 60∼64세(차상위계층 우선) 참여가 가능하다. 지자체의 조기집행률을 수시로 평가하고 수행기관에겐 인센티브도 제공토록 해 이른 시행을 독려 중이기 때문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