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정부 각 부처는 앞으로 주요 정책사업 증액 및 신규사업 소요에 필요한 예산을 기존 사업 예산에서 최소 10% 이상 잘라내 우선적으로 충당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총 24조원에 달하는 지역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및 사회보조적 확장 재정 운용을 내걸었지만, 막상 세입 여건은 올해만 못 할 것이라는 것이 예측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각 부처에서는 정부의 돈풀기식 신규사업을 위해 기존의 사업을 줄여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정부가 26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는 그동안 성과가 미흡하거나 연례적으로 집행이 부진했던 사업, 또 국회·감사원 등 외부기관(국회·감사원 등)이 지적했던 사업 중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원칙적으로 예산을 감액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각 부처에서는 '기존의 사업이 정부의 신규 사업에 밀려 정지되어야 하는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정부는 구조조정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구조조정은 전체 재정 지출에서 의무지출(51%)을 제외한 재량지출(49%) 중 인건비 등 현실적으로 줄이기 어려운 경직성 경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것"이라며 "최초 사업 도입 때는 필요성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건이 변화해 지출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사업들에 대해선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사업으로 이전하는 쪽으로 투자 계획을 수립해달라는 요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하던 사업을 무작정 중단하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재량지출의 10% 정도는 사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측면에서 역점을 둬 달라는 부탁"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감축된 재원은 한국형 실업부조와 수출 활력 제고 대책, 중·장기적인 경제 도약을 위한 3대 투자, 제2 벤처붐 확산 대책 및 미세먼지 저감 대책 등 기 발표된 여러 정부 정책에 투입된다.정부는 또한 예산 구조조정과 함께 신규사업과 의무지출 사업에 대한 관리를 보다 강화하는 식으로 예산을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2018부터 2019년 신규사업의 경우 사업 집행실적, 사업 성과 등에 대한 자체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첨부해 예산을 요구한다. 또 2020년에 신규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타당성 체크리스트를 반드시 작성해 예산 요구서에 첨부하면 이에 대해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다.보조·출연 및 융자사업 지출 효율화 작업도 추진된다. 지자체·민간대상 보조금은 보조사업 연장 평가 결과 등을 반영해 폐지 또는 축소된다. 연례적으로 5년 이상 동일한 기관·단체에 지원한 보조사업은 △여건변화 △사업성과 △집행실적 등을 감안해 지원 필요성을 재검토해 요구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부정수급 등 비리가 드러날 경우 정부는 근본적 예방책 마련과 함께 사업규모를 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