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서울 은평구 증산동 증산4구역이 재정비구역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이면서 주민들과 서울시 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정비구역에서 한번 해제된 지역이 재도전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요원한 만큼, 주민들은 재개발사업 추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8일 은평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증산4구역 정비구역 해제 주민 공람·공고가 끝났다. 이에 따라 증산4구역은 향후 구의회 의견청취를 받은 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정비구역 해제 여부가 결정된다. 해제되면 올해 서울 지역에서 ‘1호 정비구역 해제지’가 된다.증산4구역은 일몰제가 정비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은 사례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은 정비사업이 일정기간 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으면 시·도지사 직권으로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비구역 지정 뒤 2년 내 추진위원회를 설립하지 못하거나 추진위 설립 후 2년 안에 조합설립을 하지 못하면 일몰제가 적용된다.증산4구역 추진위는 2014년 8월 설립돼 2년 내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마쳐야 했지만 2016년 8월까지 조합설립 동의율(75%)를 채우지 못했다. 이에 추진위는 일몰기간 도래 전인 2016년 6월 토지 등 소유자 32%의 동의를 얻어 일몰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낮은 동의율로 조합설립이 불가능하다며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추진위는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1월 말 대법원은 ‘일몰기한 연장 여부는 서울시의 재량권’이라고 판결했다.주민들은 증산4구역은 면적 17만2932㎡로 수색·증산뉴타운 중 가장 넓어 일몰제 기간 안에 충분한 동의를 얻기가 힘들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2008년 수립된 재정비촉진계획을 증산4구역 최초 정비계획으로 보고, 구 도정법 부칙에 따라 일몰기한이 2020년 3월 2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 도정법 부칙에 따르면 2012년 1월 31일 이전에 최초 정비계획을 수립한 경우 일몰기한이 이 법 시행일인 2016년 3월 2일로부터 4년이기 때문이다.추진위 관계자는 “1850여명에 달하는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율은 이미 작년에 75%를 넘어서 현재 77%로 대다수가 재개발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73%인 1350명이 이번 공람 기간 중 재개발 추진을 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람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증산4구역 한 주민은 “증산4구역은 2007년 뉴타운에 지정되면서 13년간 건축행위가 제한돼 노후화 등으로 안전문제가 심각해 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이라며 “건물은 노후화되고 기반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며 좁은 도로에다 주차공간까지 부족해 소방차 진입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도시재생을 해본들 달라질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더욱이 정비구역에서 해제시 추진위 인가가 취소되고 개발행위허가제한이 풀리는 만큼 신축 주택·빌라가 난립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이 경우 노후불량 건축물 비율이 충족되지 않아 향후 재건축 재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추진위 관계자는 “과거 사례만 보더라도 정비구역 해제되면 대부분 주거환경개선이 안돼 슬럼화되고 빌라업자 등의 유입으로 빌라촌이 들어서는 경향을 보인다”며 “강남·북 격차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정비구역 해제는 강북지역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증산4구역 추진위 오는 5월 11일 창립총회를 열고 구청에 조합설립인가신청도 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은평구청 앞에서 재개발 추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 데 이어, 향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맞춰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중순에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와 각 지자체 담당부서를 대상으로 서울시 재개발 구역해제에 대한 국민감사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