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책임 한국으로 돌려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일본 정부가 2019년판 외교청서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지난해의 ‘미래지향’ 언급을 삭제하고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한일 갈등의 책임을 한국 측에 전가했다. 외교청서에는 독도·위안부·강제징용·동해 표기 등과 관련된 일본 측의 일방적 주장이 반복됐다. 우리 정부는 미스지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 이에 대해 항의했다.닛케이 신문과 NHK등에 따르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23일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19년판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외교청서는 1957년부터 매년 발간하고 있으며, 전년 기준으로 일본 외무성이 파악한 국제정세와 일본의 외교활동 전반을 기록한 백서다.외교청서는 한국에 관한 기술에서 △한국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방침 발표 △한국 해군 함정과 자위대 초계기 간의 ‘레이더 조사 논란’ △관함식 교류 중단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판결 등을 열거하며 “한국 측에 의한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따라 매우 어려운(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했다.지난해 외교청서에서 기술된 “한일관계에 곤란한 문제도 존재하지만 적절하게 관리를 지속해 미래지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표현은 올해 빠졌다. 또 2016년판과 2017년판에서 한국을 “전략적인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언급한 문언도 지난해에 이어 포함되지 않았다.갈등현안에 대해선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외교청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관련 이슈를 일본 정부 입장에서 정리한 내용을 작년 1쪽을 조금 넘긴 분량에서 2쪽 분량으로 늘렸다. 특히 이 문제가 2015년 12월 양국 간 합의에 따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강변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강제징용 판결에 대해선 “일한 관계의 법적 기반을 뒤엎는 것으로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일청구권협정에 의거해 한국에 협의에 응하도록 요구하고 계속해서 국제재판과 대항조치를 포함한 모든 선택방안을 시야에 놓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또 일제강점기 징용노동자에 대한 표현을 ‘구 민간인 징용공’에서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바꿨다.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원고들이 ‘징용된 사람이 아니다’는 아베 신조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독도에 대해선 한국에 의한 불법 점거를 주장하며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한편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선 “압력을 최대한으로 높여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며 유화적인 입장을 보였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자제함에 따라 외교청서는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는 표현도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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