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여명 직접고용에 1.8조, 실업급여에 약 1조/ 기존 단기처방에 재원만 추가로 투입하는 꼴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정부가 24일 발표한 6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4조5000억원이 경기 대응을 위해 편성됐다. 전체의 3분의 2를 웃도는 규모다. 이는 가시적인 일자리 개선 성과가 나지 않는데다 글로벌 경기마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둔화되면서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기존 대책들을 갖가지 명목으로 한 데 모아 혈세를 퍼붓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날 경기 대응과 관련해 정부는 △수출과 내수 보강(1조1000억원) △신산업 촉진(3000억원) △지역경제와 소상공인 지원(1조원) △고용과 사회안전망(1조5000억원) △취약계층 일자리(6000억원) 등 5가지 중점 투자방향을 선정했다. 그런데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거나 실업급여를 확대하는 식의 기존 단기처방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대책들은 생산성 향상 등 근본적인 경기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이미 나온 응급처방에 재원만 추가로 쏟아 붓는 꼴이다.대표적인 것이 일자리 관련 추경이다. 정부는 취약계층 일자리 예산을 포함해 1조8000억원 가량을 편성했다. 노인 일자리 3만개, 희망근로 1만2000개, 자활근로 1만개 등 모두 7만3000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는 게 목표인데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이미 정부는 본예산에서 노인·여성·장애인 등 취약계층 일자리만 96만여개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반면 수출과 내수 진작을 위해 편성한 내용은 금융지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것도 1조원을 간신히 넘는 규모다. 일자리 예산에 훨씬 못 미친다. 이 역시 기존 대책들에서 반복됐던 일이다. 이라크 등 초고위험국 진출 기업에 특별금융 500억원을 지원하고, 소상공인폐업지원센터를 신규 설치하는 등 몇몇 대책만이 새로 나왔을 뿐이다.정부는 여기에 경기 대응과는 거리가 멀거나 실효성이 없다고 판정 난 대책들까지 끼워넣었다. 250억원이 책정된 시간강사 지원사업의 경우 경기 대응보다는 시간강사 처우개선이 본질이다. 76억원이 투입되는 제로페이 지원사업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란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지난 2월 제로페이 결제금액이 개인카드 결제액의 0.001%(5억3000만원)에 그쳤다는 집계가 이를 방증한다. 그나마 실업급여 지원대상을 10만7000명 더 추가하는 등의 정책은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경기 대응 추경의 5분의 1에 가까운 규모라 추경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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