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직원들, 국민 MC ‘송해’ 때문에 불편한 사연
상태바
IBK기업은행 직원들, 국민 MC ‘송해’ 때문에 불편한 사연
  • 변주리 기자
  • 승인 2012.02.08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하고 ‘송해’는 잘 안 맞는 것 같은 데요“

[매일일보 변주리 기자] 기업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민영(가명·25)씨는 올해 초 본사로부터 휴대폰 통화연결음과 관련한 사내 공문을 받았다. 기업은행이 올해부터 선보인 ‘국민 MC’ 송해 CF의 광고 카피를 휴대폰 통화연결음(비즈링)으로 설정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내용이었다.

공문의 안내에 따라 개인 휴대폰 통화연결음을 ‘송해 멘트’로 설정했던 이씨는 곧 주변 지인들로부터 “컬러링이 따분하다”는 핀잔을 듣고 다시 원래의 통화연결음으로 바꿨다.

하지만 얼마 후 이씨는 다시 ‘송해 멘트’로 통화연결음을 설정해 놓지 않을 수 없었다. 공문에는 ‘송해 멘트’ 통화연결음을 다시 취소하는 방법까지 안내돼 있었지만, 직장 내에서 “통화연결음을 설정해 놓지 않은 직원을 축출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안녕하십니까, IBK 홍보대사 송해입니다

기업은행이 지난 달 1일부터 선보인 ‘송해 CF’가 기업은행 내 직원들의 속내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노년층 고객을 중심으로 정기예금이 전년도 대비 22%(1월 말 기준 2011년 11조6000억 → 2012년 14조2000억) 증가하는 등 광고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기는 하지만, 이와 함께 시작된 통화연결음 홍보 활동 때문이다.

이씨는 “금융권에서 CM송을 통화연결음으로 설정하는 것이 보편화 돼 있기는 하지만 듣기에 좋은 멜로디도 아니고 긴 광고 문구를 설정하려니 좀 껄끄럽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비즈링은 “안녕하십니까, IBK 홍보대사 송해입니다. IBK 기업은행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입니다. 아직도 기업은행을 기업만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것이 아닌데 참 안타깝습니다. 국민여러분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 그리고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참 좋은 은행 IBK 기업은행”이라는 기나 긴 광고 문구가 실려 있다.

또 다른 직원인 유정희(가명·27)씨 역시 “이승기나 하지원 같이 타행들처럼 젊은 모델들을 기용한 것도 아닌데 젊은 직원들에게까지 비즈링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방송인 송해를 광고 모델로 최종 발탁할 당시 행내 게시판에는 “좀 더 세련되고 젊은 모델을 써야한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으며, 기업은행측은 “광고 카피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모델”이라며 조직원들의 이해를 구한 바 있다.

‘송해 멘트’ 통화연결음 설정은 행내 직원들에게 협조를 구한 공문에 설정을 취소하는 방법이 안내 돼 있는 만큼 강제 사항은 아니다.

분위기상 행여 피해 입을까 마지못해 설정

기업은행 관계자 역시 “기업은행이 개인 고객들도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점을 잘 모르는 고객들이 많아 개인 고객을 늘리자는 차원에서 이번 CF와 함께 직원들에게 협조를 구한 것 뿐”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강요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통화연결음을 설정해 놓지 않은 직원을 축출한다는 소문을 듣고 곧장 다시 설정을 해놨다”며 “설사 축출을 하지 않더라도 행내 분위기상 행여나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다들 마지못해 설정을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창구 내에서 업무시간 동안 방영되는 행내 방송은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 몫 을 더하고 있다.

최근 기업은행 전국 각 지점에서는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직접 출연해 “우리 기업은행의 미래를 위해 직원들의 헌신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이왕이면 전화를 늦게 받는 것도 좋다”고 강조하고 있는 방송이 방영되고 있다.

조 행장이 이렇듯 ‘송해 CF’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것은 광고 카피 중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리고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문구를 조 행장이 직접 작성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기업은행의 최대 현안인 개인고객을 늘리기 위해 기업은행을 더 잘 알리고자 하는 차원에서 행장님이 직접 직원들에게 협조를 간곡하게 호소한 것”이라며 “개인의 취향에 맞지 않거나 원치 않으면 설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