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납세자연맹(//www.koreatax.org, 회장 김선택)은 지난 22일 서울 남대문로 대우재단빌딩 7층 1세미나실에서 열린 ‘유류세 불공평 폭로 기자회견’에서 “1000만~2000만원 안팎의 낮은 연봉을 받으며 출퇴근거리가 긴 근로소득자의 경우 4분의 1이 넘는 돈을 유류비용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이 밝혔다.
납세자연맹은 최근 벌이고 있는 유류세 인하 서명자를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조사에 응한 납세자들은 소득의 평균 21~27% 정도를 유류비용을 지출하고 전체 소득에서 10~13%의 돈을 유류세로 내는데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공평한 유류세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부천에서 성남으로 출퇴근하는 근로소득자 C씨는 월 급여 183만원의 27%인 월 50만원을 유류비로 지출, 연봉 2196만원의 13%인 연 290만원의 유류세를 부담해왔다. 이는 C씨가 낸 19만원의 근로소득세(실효세율 0.9%)의 15배에 해당한다.
반면, 연봉 1억5000만원인 대기업임원 D씨는 회사에서 유류비가 전액 지원되고 있다. 연 7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고소득전문직인 사업자 E씨는 종합소득세 신고시 유류비를 전액 비용으로 인정받는다. D씨나 E씨는 자신들의 가처분소득에서 부담하는 유류비가 전혀 없는 셈이다.
또 유류세는 △서울보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방 △차를 많이 운행하는 영업직 △보수ㆍ검사 직종 △자녀문제ㆍ부모님 봉양ㆍ주말부부ㆍ건설현장출근 등 불가피한 이유로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 △집과 직장의 거리가 먼 사람 △차를 많이 이용하는 영세사업자 △화물차운전수ㆍ알뜰장터사업자 등 생계형 자영업자에 더 많이 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와 관련, 연맹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어려운 계층에게 세금이 더 징수되고 있다”며 “‘조세공평의 원칙’을 위배하고, 세금으로 빈부격차를 심화시켜 국가가 서민들을 착취하고 있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이어 “한국의 유류세와 같은 가혹하고 비합리적인 세금이 유지된 것은 납세자가 유류세로 얼마를 내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유류세가 가격에 전가돼 납세자가 세금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정부가 악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납세자연맹은 22일 납세자가 자신의 유류세 납부액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유류세 불공평 폭로 프로젝트’ 코너를 전격 오픈했다.
프로그램과 관련, 연맹은 “국민소득 대비 기름 값이 세계최고수준인 한국의 납세자들에게 세금주권의식을 북돋워주는 납세자운동의 새장을 연 것”이라고 자평했다.
김선택 회장은 “종합부동산세 세수 최대 2조, 소득세율 최고구간 신설로 1조원대의 증세 등 미미한 세수효과에도 불구하고 증세 안에 대한 정치권의 찬반 논란은 매우 뜨거운 반면 불공평한 유류세 25조와 2010년 거둔 교통세 13조9701억원은 당초 세수예산보다 2조2751억이 더 징수됐는데, 별다른 관심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또 “관료는 물론이고 정치인들마저 서민 고통의 진원지를 모르고 가장 시급한 유류세 대폭인하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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