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엘지 대기업 두 곳이 가전제품 가격을 담합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지 두 달도 채 안 돼 또다시 담합이 적발 된 것으로, 담합이 시장과 품목을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징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과징금 부과가 결정된 13건의 가격담합에서 부과된 과징금이 관련매출액의 2% 수준에 불과해 기업이 담합에 참가할 유인을 사전에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징수된 과징금을 소송기금으로 사용하고, 단계적으로 소비자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과징금 부과가 결정된 가격 담합 사건은 13건으로, 관련 매출액만 23조에 이른다. 품목도 생명보험·컴퓨터 모니터 브라운관·치즈·음원 등 다양하다. 시장과 품목을 가리지 않고 담합이 발생했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이들 사건의 의결서를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13건의 가격 담합에 부과된 총 과징금은 4,692억 원으로 관련매출액의 평균 2%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13건 중 5건은 이 비율이 1%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이를 두고 “담합을 사전에 억제하고 사후 그 책임을 묻는 현행 제도로는 과징금이 유일한데, 관련 매출액의 2%에 불과한 과징금으로는 기업이 담합에 참여할 유인을 줄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과징금 한도는 OECD 및 WTO로부터 담합의 억지력을 높이라는 권고를 받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2005년 5%에서 10%으로 이미 상향 조정된 바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2001년 이후 5년간 과징금 규모가 컸던 5대 담합사건을 조사한 결과 당시 과징금 부과액도 현재와 다르지 않은 1~2%대 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과징금 기준액은 상향되었으나 여러 항목에서 임의적으로 감경이 이루어지고 있어 상향 이전과 같은 수준에서 운영되는 정책실패가 발생하고 있다”며, “따라서 과징금 감액기준을 보다 제한하고 명백히 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과징금 기준액의 상향만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담합의 억지력을 높이고, 피해 당사자인 소비자의 피해구제를 위해서 징수된 과징금을 소비자 기금으로 조성해 소송기금 등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과징금에 관한 명시적 근거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시정명령권한을 활용하여 부당이득환수조치와 원상회복조치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우리나라도 시정조치근거조항과 과징금관련 조항들을 개정하여 담합 등 독과점행위에 대하여 부당 이득 환수적 성격의 금전적 제재와 함께 징수된 과징금으로 소비자 기금을 조성하여 담합을 억제하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러나 소비자 개개인이 소송에 참여할 유인이 많지 않으며, 피해자인 소비자들이 담합에 참여한 기업을 견제할 수 있도록 궁극적으로 소비자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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