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연맹 “기획재정부, 소득-유가 통계 왜곡해 진실 호도”
[매일일보=권희진 기자] 지난 2010년 말 현재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력평가지수(Purchasing Power Parity, PPP)를 감안한 무연 휘발유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무려 2.4배나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달러화 1단위로 구매할 수 있는 특정 재화나 용역을 나타내는 PPP로 환산해볼 때, 한국의 휘발유 값과 유류세는 한국인의 소득수준과 돈 가치에 비추어 가혹하리만치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정부가 한국의 유류세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낮다는 논리를 제시하면서 절대 다수 국민들의 유류세 인하 요구에 맞서고 있는데, 이는 정말 기만적인 처사”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2011년 3월15일 <OECD국가와 우리나라의 휘발유ㆍ경유 가격 비교>라는 자료를 통해 “당시 리터당 2016원(2011년 3월1일 주 기준가)이었던 고급휘발유가격이 OECD 기준으로 20위(조사대상 22개국 중)이며, 가격대비 세금 비중 순위도 20위 수준으로 낮았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에 대해 납세자연맹은“최근 기획재정부가 2011년 한국의 PPP 기준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한 만큼, 서민 고통의 주범 중 하나인 유가와 유류세도 PPP로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OECD/국제에너지기구(IEA)자료를 인용해“2010년 말 현재 PPP를 감안한 한국의 리터당 무연 휘발유 값은 체코 공화국(2.353 USD) 다음으로 높은 2.079 USD로 집계됐다”면서“기획재정부가 뭐라고 해명할지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2010년말 현재 PPP를 감안한 한국의 무연휘발유 값 수준은 미국(0.735 USD)의 2.8배, 호주(0.827 USD)의 2.5배, 일본(1.193 USD)의 1.7배, OECD 평균(0.878 USD)보다 2.4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PPP 기준 1인당 소득은 국가 간 경제수준을 비교할 때 통용되는 시장환율로 환산한 1인당 GNI(국민총소득)와 달리, 나라별로 물가와 환율 등을 고려해 한 나라의 실질 경제능력을 따지는 경제지표다.
나라마다 물가와 환율 등의 차이로 1달러로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상대가격이 다르기 때문이 시장환율로 환산한 GNI는 실질 구매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반면 각국 통화의 구매력을 기준으로 국민소득을 재평가한 ‘PPP 기준 1인당 소득’이 보다 실질적인 소득과 물가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개념이다.
이와 관련 최기련 교수(아주대 대학원 에너지시스템학부)는“정부가 환율기준으로 가격비교를 하는 것은 관련통계의 실질가치 비교기능을 왜곡하는 것”이라며“이제라도 정부는 유류세를 못 내리는 이유가 가격이 국제적으로 낮아서가 아니라 재정수입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할 것”을 주문했다.
최교수는 이어“석유는 산업기초원자재일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생활에서도 대체가 불가능하여 가격이 올라도 소비증가가 불가피한 생존 필수재”라며 “유가인하의 파급효과는 단기미시적 차원을 넘어 거시적, 사회후생차원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총소득(GNI)로 추계한 소득 대비 유가 수준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장기용 교수(협성대 경영학부)는 지난 2007년 발표한 <유류관련 세제의 합리적 개선방안>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한국의 소득 대비 휘발유 유류세 부담을 100으로 할 때 미국 4.7, 일본은 25.6으로 한국 납세자들은 소득대비 유류세 부담이 일본보다 4배, 미국보다는 20배 이상 높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