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덤핑’ 영업행위다”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하이트진로(회장 박문덕)의 자회사 ‘하이트진로음료’(옛 석수와퓨리스, 대표 최광준)가 한 중소샘물업체의 영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충남 지역의 샘물 업체인 ‘마메든샘물’(대표 김용태)은 하이트진로음료가 자본력을 앞세워 자사의 유통망을 송두리째 가져간 탓에 생존권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규탄하고 나섰다. 기존 마메든샘물을 유통하던 대리점들에게 하이트진로음료가 자사의 제품을 지나치게 낮은 원가로 공급하는 방법으로 유통망을 빼앗아 갔다는 것.
졸지에 밥그릇을 잃게 된 마메든샘물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문을 두드렸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음료의 손을 들어줬다.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던 마메든샘물은 재심을 신청, 현재 공정위 본청에서 심사를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재심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마메든샘물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자회사 ‘하이트진료음료’, 낮은 공급가로 충남지역 유통망 장악
기존 중소 샘물업체 고사위기…공정위 제소 결과는 “문제없다”
<매일일보>이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마메든샘물을 찾은 지난 3일, 이곳이 마메든샘물 영업장임을 알리는 대형전광판이 내걸린 작은 건물 앞에 대형 트럭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이 회사가 생산하는 샘물 제품을 실어 날라야 할 트럭은 어찌된 영문인지 내부가 텅텅 빈 채 방치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가는 직원도 한 명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황량한 풍경이었다.“원래는 두 대의 차량이 쉴 틈 없이 교대로 우리 제품을 실어 날랐어요. 그런데 지금은 일이 없어 차량 한 대만 운영 중인데, 그 마저도 하릴없이 방치 중인 상황입니다”사실상 영업이 중단 된 것과 다름없다는 김용태 대표의 말이었다. 대체 이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고사위기 처한 마메든샘물
마메든샘물은 지난 2000년께 김 대표가 설립한 샘물 제조 회사이다. 직전까지는 서울에서 운송업을 하던 김 대표는 중부권 지역에 지리산 샘물을 유통시키기겠다는 생각으로 샘물 사업에 진출했다. 원래는 부업의 개념으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그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사업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이에 김 대표는 기존의 사업을 정리하고 고향인 충남으로 내려와 본격적으로 샘물 사업에 힘을 쏟게 됐다.김 대표에 따르면 마메든샘물은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사업초기 소비자와 직영의 방법으로 흔히 ‘말통’으로 불리는 18.9ℓ크기(정수기용 물통)의 샘물제품을 한통씩 팔기 시작하던 것이, 2000년대 중반 들어서는 월 6만 개를 유통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수요가 많은 여름 시즌에는 월 9만 개가 판매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2005~2007년 기존 직영점 1개 외에 대리점을 10여개로 늘리면서 충청 북부지역에서 수도권 남부 지역까지 자사 상품의 유통영역을 확장시켰다.그런데 2008년 8월 들어 문제가 발생했다. 10개의 대리점 중 무려 8개의 대리점들이 일방적으로 마메든샘물과의 대리점거래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영문을 모르던 마메든샘물은 며칠 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계약을 해지한 대리점들이 당시 ‘석수와퓨리스’라는 사명으로 사업 중이던 하이트진로음료와 새롭게 대리점거래계약을 맺었던 것이다.‘공급단가’ 차이가 원인?
김 대표에 따르면 대리점들이 마메든샘물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석수와퓨리스와 새로운 계약을 맺은 이유는 두 회사 제품의 공급단가 차이에 있다. 석수와퓨리스가 마메든샘물을 유통하던 대리점들 상대로 자사의 제품을 훨씬 더 싼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회유, 더 많은 마진을 남기려던 대리점들이 모조리 석수와퓨리스로 이동해 갔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석수와퓨리스 손 들어준 공정위
졸지에 유통망을 잃어버린 마메든샘물은 현재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유통규모가 월 6만 통에서 5000통으로 크게 떨어졌고, 이로 인해 그나마 남아있던 대리점마저 문을 닫아 현재는 직영점 한 개만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매출도 과거 연 6~7억에서 1/10 수준으로 추락해 사실상 고사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김 대표는 하소연했다.이에 마메든샘물 측은 석수와퓨리스가 경쟁사였던 자사를 죽이기 위한 ‘부당염매 행위’를 자행했다고 판단,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에 석수와퓨리스를 제소했다. 일명 ‘덤핑’이라고 불리는 부당염매 행위는 한 회사가 자사의 상품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공급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현저히 낮은 대가로 공급함으로써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로, 공정위는 시장경제 질서 유지를 위해 이 같은 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공정위 서울사무소 측은 마메든샘물에 석수와퓨리스의 행위가 ‘부당염매가 아니다’라는 심사결과를 통보해 왔다. 이에 대해 당시 심사를 담당한 공정위 서울사무소 경쟁과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석수와퓨리스가 해당 지역 대리점들에게 일정기간 생산원가보다 싸게 공급한 것은 맞지만, 경쟁자를 배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영업촉진 목적이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마메든샘물은 이 같은 공정위의 심사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자본력이 탄탄한 대기업이라면 몰라도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생산원가보다 싼 공급가로는 (대기업과)경쟁자체가 안 된다”며 “석수와퓨리스의 지나치게 낮은 공급단가로 인해 우리는 유통망도 잃고 고사위기에 처하게 됐는데, 공정위가 이를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판단해 버리면 대체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이 어떻게 살아남으라는 것이냐”고 분개했다.이에 따라 마메든샘물은 지난해 12월 재심을 신청, 현재 본청 제조업감시과에서 이번 사안을 심사 중에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언제쯤 나오게 될지 알 수 없어 마메든샘물은 하릴없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공정위 제조업감시과 관계자는 “사건이 본청에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제 막 심사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결과가 언제 나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마메든샘물은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이 사태를 알릴 예정이며,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석수와퓨리스의 부당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한편, <매일일보>은 이번 사안에 대한 하이트진로음료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이 회사 관계자는 “(사안을)알고 있는 담당자를 찾아본 후 연락을 주겠다”고 말한 뒤 연락이 없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