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최근 초대형 정경유착 게이트로 번지고 있는 파이시티 로비 파문과 관련해 정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급기야 조기 하차설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의 발단은 현재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파이시티 프로젝트의 시행사 ‘㈜파이시티’의 이정배 전 대표가 이른바 ‘MB측근’으로 불리는 현 정권 핵심인사들에게 사업의 인허가를 위한 거액의 로비자금을 전달했다는 내용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이로 인해 이 전 대표가 직접 8억원을 전달했다고 지목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구속됐고, 브로커인 이동율씨를 통해 이 전 대표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검찰은 또 박 전 차관에게로 흘러들어간 돈을 동향 출신인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이 중간에서 ‘세탁’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문제는 이 처럼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파이시티 사업에 포스코의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이 끼어있다는 점이다. 포스코건설은 파이시티의 전 시공사인 성우종건과 대우자판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사업에서 배제 되자 지난해 5월 시공사 입찰에 단독으로 응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올 3월 새로운 시공자로 최종 선정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주장이다. 포스코건설이 우리은행과 밀약을 맺고 8900억원에 이르는 기존 PF대출금에 대한 보증을 서지 않는 등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것.
이보다 앞서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파이시티를 파산하기 한 달 전인 지난 2010년 7월 포스코건설이 우리은행과 파이시티 사업에 관한 MOU를 체결했는데, 이 전 대표는 이런 점을 근거로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서로 짜고 사업권을 뺏기 위해 고의적으로 파이시티를 파산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이 전 대표는 또 그 배후에 이번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박 전 차관 등이 연루돼 있다고 연일 폭로에 폭로를 거듭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이 구설에 오른 이유는 그룹의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이 파이시티 사업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외에도 이번 로비 파문에 연루된 사람들이 정 회장과 연관성을 가진 인물들이라는 점 때문이다.박 전 차관의 자금세탁 관리인으로 지목된 이동조 회장이 현 정권이 들어선 2008년부터 포스코의 협력업체로 일하며 매출이 8배 이상 급등했다.또한 지난 2009년 정 회장이 이구택 전 회장 대신 포스코의 신임 회장으로 선임됐을 당시 민주당은 박 전 차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50년지기로 알려진 천신일 세나모중 회장과 함께 막후에서 정 회장의 선임에 힘을 실어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따라서 정 회장이 박 전 차관과의 인연을 계기로 이 회장의 회사가 성장하도록 도움을 줬을 것이란 시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박 전 차관과 이 회장의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의 수사범위가 정 회장과 포스코를 향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그러나 포스코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홍보실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제기되는 의혹들은 모두 실체가 없는 추측만으로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상황에서 제기된 것들”이라며 “(정 회장은)이번 로비 의혹에 연루된 사람들과 사적인 친분이 있지도 않고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파이시티의 일로 포스코와 정 회장의 이름이 자꾸 거론돼 회사로서도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라며 “일단은 검찰의 향후 수사 방향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