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비행기 조종실에서 개그맨을 허락 없이 출입시킨 기장에게 해고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는 항공기 기장 최모씨가 애경그룹 계열사인 제주항공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소송을 제기한 前 비행 기장 최 씨는 2008년 11월 평소 좋아했던 개그맨 김대희씨가 자신이 운항할 비행기에 탑승한다는 사실을 알고, 먼저 제의해 김 씨를 조종실에 태웠다.

당시 항공법의 위임에 따른 고시에는 정해진 허가절차를 밟지 않은 이상 조종사가 아닌 사람의 항공기 조종실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도록 규정했다.

결국 최 씨는 이를 적발한 제주항공사로부터 비행정지 및 권고사직 처분을 받은 뒤 2009년 2월 해고되자 소송을 제기한 것.

1심 재판부는 "일반 승객을 항공기 조종실에 탑승시킨 채 운항한 것은 중징계 사유"라면서도 "해고할 정도의 중대한 귀책사유는 아니다"며 최 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정종관)는 20일 “항공기의 특성상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인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특히 조종실 내부안전은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전체의 안전과 직결돼 있다”며 “해고처분이 과하다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최씨가 이륙 전부터 개그맨 김대희씨를 조종석에 탑승시켰고, 착륙해서 항공기를 세워놓을 때까지도 김씨가 있는 상태에서 운항을 계속한 점은 항공법 위반의 정도가 매우 무겁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제주항공 측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통화에서 “재판결과가 말해주지 않느냐”면서 “ 그 이상 그 이하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개그맨 김대희 소속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2008년 당시는 현 소속사(코코엔터테인먼트) 소속 개그맨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사건과 관련 이러쿵저러쿵 말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때문에 소속사 측에서도 당사자와 사실 여부에 대해 얘기를 해보진 않았다”면서도 “언론에 실명까지 거론된 마당에 소속사에서도 (재판결과에 따른) 어떤 대처를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나 현재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