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 개인회사 통한 투자한 사업마다 줄줄이 부진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쓴맛을 보고 있다.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투자전문회사를 통해 새로운 사업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임 회장은 앞서 지난 2009년 방송엔터테인먼트업체를 인수한 뒤 교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시장에선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대상그룹의 오너인 임 회장의 명성을 좇아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 회사는 줄곧 실적 부진을 거듭하다 결국 지난해 임 회장의 개인회사에 새롭게 인수된 전자회사에 피흡수·합병됐다. 하지만 이 전자회사마저 실적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상 임창욱 회장 개인회사 통해 진출한 사교육사업, 실적 부진으로 ‘전전긍긍’지난해 인수한 전자회사마저 실적부진 따른 재무상황 악화…투자자 원성 '자자''식품업계 대부' 임창욱 회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 2009년 7월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전문회사 ‘유티씨앤컴퍼니’를 통해 유명 방송엔터테인먼트 업체인 ‘김종학프로덕션’을 인수했다. 이후 김종학프로덕션은 2010년 1월 ‘더체인지’로 사명을 변경한 뒤 사업목적에 교육관련 내용을 추가, 사교육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2년이 흐른 현재, 더체인지는 유티씨앤컴퍼니가 인수한 다른 회사에 피흡수·합병되며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대체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업 부진의 늪
유티씨앤컴퍼니가 더체인지를 통해 교육 사업에 진출할 당시 시장에서는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대상그룹의 수장이 개인회사를 통해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대기업의 영역 확장으로 중소업체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교차했던 것. 물론 대상 측은 “임 회장 개인이 지분을 가진 투자회사가 별도의 투자활동을 영위하는 것일 뿐, 대상그룹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어찌됐든 대상그룹이라는 든든한 후광이 뒷받침 됐던 것은 사실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유티씨앤컴퍼니와 더체인지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상홀딩스의 각종 보고서에 계열사로 명시돼 있고, 대상홀딩스의 김훈식 등기이사는 유티씨앤컴퍼니의 대표이사직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더체인지는 대대적으로 교육사업에 힘을 쏟으며 사세를 확장시켜 나갔다. 2009년 말 6명에 불과했던 교육사업부 직원의 수도 2010년에는 104명으로 늘어났으며, ‘지니어스’, ‘지스터디’, ‘크레듀엠’ 등 온라인 교육사이트를 인수해 사업에 매진했다.그러나 이 같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더체인지의 사업은 실적부진의 늪에 빠지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10년 더체인지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그해 11억 8,400만원의 매출을 거뒀으나 93억 7,8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같은 실적악화로 더체인지는 지난해 초 사업규모를 축소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심차게 교육사업에 발을 들인지 불과 1년 만의 일이다. 이에 대해 당시 더체인지는 “사업규모 축소는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 중에 있다”며 “여름 중으로 더체인지의 교육사업과 관련해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더체인지의 악화된 재무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유티씨앤컴퍼니가 인수했던 또 다른 회사인 전자업체 ‘디지탈아리아’에 지난해 12월 흡수합병됐다.디지탈아리아마저 ‘흔들’
그런데 문제는 디지탈아리아마저 더체인지를 끌어안은 뒤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유티씨앤컴퍼니는 지난해 9월 전자회사인 디지털아리아의 지분 30%와 경영권을 240억원에 인수했다.당시 유티씨앤컴퍼니는 디지탈아리아의 주력분야인 GUI소프트웨어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더체인지와의 합병으로 IT를 이용한 교육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디지탈아리아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직전까지는 5~6000원대였던 주가는 인수 소식 직후 한때 9200원까지 솟구쳤다. 이에 대해 당시 시장에서는 디지탈아리아의 최대주주가 임 회장의 회사인 유티씨앤컴퍼티로 변경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정점을 찍은 지 불과 하루 만에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지난 5일에는 36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이날 한때 디지탈아리아의 주가는 최저 346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회사의 재무상태 역시 좋지 못하다. 디지탈아리아는 지난해 말 기준 영업손실 320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은 330억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8억3000만원 11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인지 이 회사는 지난달 31일 금융권으로부터 30억원을 ‘운영자금’ 명복으로 차입했다.이에 대해 디지탈아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고, 특히 더체인지를 흡수합병하면서 이 회사가 가지고 있던 일부 사업권 등을 정리한 것이 손실로 처리돼 재무상황이 좋지 않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과도기 상태라 자리가 잡히지 않은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면서 “회사가 크게 어려운 상황은 아니며, 지난달 조직을 개편해 현재 해외시장 개척 등 사업영역을 넓혀가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투자자들 원성
이처럼 유티씨앤컴퍼니가 인수했던 회사들이 연이어 실적부진을 면치 못하게 되자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원성 또한 상당하다. 디지탈아리아 온라인 종목게시판에는 유티씨앤컴퍼니에 대한 날선 비판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으며, 일부 투자자들은 최대주주인 임 회장을 직접 겨냥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이와 관련해 <매일일보>은 유티씨앤컴퍼니 측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이 회사 관계자는 “담당자를 통해 답변을 주겠다”고 말한 뒤 연락이 없었다.한편, 대상그룹은 유티씨앤컴퍼니의 부진함을 그룹과 연관 짓지 말아달라는 입장이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유티씨앤컴퍼니는 공정거래법상 대상의 계열사인 것은 맞으나, 그룹의 돈이 단 0.1%도 투입되지 않은 회사”라며 “임 회장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회사이며, 이 회사가 진행하는 각종 투자 및 인수 사업은 그룹과 무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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