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 vs 광주시, 꼬리 문 ‘외상값’ 진실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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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 vs 광주시, 꼬리 문 ‘외상값’ 진실 공방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2.06.18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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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상품권 받아챙긴 VIP는 누구?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한 백화점 운영사가 외상값 문제로 관할 지자체와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백화점 광주점의 운영사인 ‘㈜송원’(대표 고경주)은 광주시가 지난 7년간 25억원 가량의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해가면서 5억원의 외상대금을 미지급 했다며 이에 대한 청구소송을 지난해 4월 제기했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시가 수십억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한 이유와 사용처, 매입자금 출처 등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시민단체는 이번 사건이 시와 송원 간의 단순한 외상값 분쟁을 넘어 지역사회 전반에 걸친 초대형 비리와 연관 있을 것으로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 사건의 파문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현대百 광주점 운영사 송원, 광주시에 ‘상품권 외상값’ 청구소송 제기

석연찮은 정황 드러나며 지역사회 전반에 걸친 비리사건 확대 조짐

최근 관련업계에 등에 따르면 송원은 지난해 4월 광주시를 상대로 외상대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시가 박광태 전 시장의 재임시절인 2004년부터 2010년까지 각 실·과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로 총 25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했으나, 이중 외상거래 대금 5억820만원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이 같은 사실은 올해 5월 지역 언론의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는데, 사건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석연찮은 정황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외상으로 빌린 상품권, 결국은 ‘깡’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송원은 올해 초 세운건설에 인수된 시공능력평가순위 47위(2010년 기준)의 건설사 금광기업이 속해있던 송원그룹(태경산업이 속한 송원그룹과 다름)의 계열사로, 현재 이 회사의 대표는 고제철 그룹 회장의 장남 고경주 사장이 맡고 있다. 송원이 운영하는 현대백화점 광주점은 원래 ‘송원백화점’이었으나, 경영위기를 겪던 지난 1998년 현대백화점으로부터 경영 노하우를 전수 받기로 전략적 제휴를 맺은 뒤 상호를 지금의 현대백화점으로 변경시켰다. 다만 법인명은 그대로 송원을 사용하고 있으며, 지분 역시 고 사장이 8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관련업계에 따르면 송원은 소장에서 지난 2004년부터 2010년 초까지 박광태 전 시장 비서실 소속 공무원 이모씨가 백화점 내에 사진관을 운영하는 친형을 통해 법인카드 여러 장으로 매달 500만∼1000만원 씩 총 25억원 가량의 상품권을 구입해갔다고 주장했다. 특히 거래가 잦아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외상으로 상품권을 내줬는데, 외상거래 규모가 총 5억820만원에 달한다는 게 송원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시가 구입한 상품권을 ‘VIP 선물용’으로 사용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씨의 형은 외상으로 받은 5억원의 상품권 중 2억원을 현금화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상품권 ‘깡’을 했다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시민단체인 ‘시민이 만드는 밝은 세상’(이하 밝은세상)은 즉각 박 전 시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나섰다. 밝은세상은 지난 5월2일 광주지검에 박 전 시장을 비롯한 당시 담당공무원 등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후 한 달 만인 지난 7일 검찰은 시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밝은세상은 앞서 지난 2009년 박 전 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살펴 ‘선거법 위반’혐의를 포착, 검찰에 고발해 벌금형을 받게 한 단체이다. 당시 밝은세상은 박 전 시장이 2003년~2007년까지의 업무추진비 13억3600만원에서 1억5800만원을 상품권 구입에 쓴 사실을 확인한 바 있는데, 이번 송원과 시의 소송에서 드러난 실제 구매금액이 그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밝은세상 이상석 사무처장은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광주시는 각 실·과의 업무추진비까지 포함해 구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각 실·과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업무추진비의 상당량을 상품권 구매에 사용했음에도 운영에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는 이야기”라며 “물론 정상적인 경비일 수도 있겠으나, 시의 회계자체가 모두 엉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이어 “또한 이런 일이 발생했음에도 지금껏 단 한 마디 말도 없는 시의회를 보면, 이번 사건이 더욱 큰 비리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이와 함께 이 사무처장은 검찰의 강력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은 지난 2009년 4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그해 12월까지 검찰의 수사를 받은 인물인데, 이번에 상품권 외상값 소송을 통해 드러난 사실을 보면 수사 기간에도 상품권을 꾸준히 구매하고 있었다”며 “이는 검찰을 기만한 것이며, 검찰은 자신들을 우롱한 박 전 시장과 이번 일에 연관된 자들 모두에게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 감고 입 다문 당사자들

그러나 사건의 당사자인 광주시와 송원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꾹 다물고 있어, 오히려 의혹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먼저 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언급을 일체 회피하고 있다. 시 총무과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데다가 사건과 관련된 재판이 진행중인만큼, 현재로서는 뭐라고 언급하긴 적절치 않다”며 답변을 거절했다.거듭된 질문에도 이 관계자는 “공인된 수사기관과 법원을 통해 사건이 진행되고 있으니 그렇게만 알아 달라”며 “상품권과 관련된 내용은 송원에 물어보라”고 말했다.하지만 송원도 입을 꾹 다물고 있긴 마찬가지다. 송원 홍보 담당자는 “오래 전의 일이고, 실무자가 아니라 사건과 관련해 아는 것이 없다”며 연신 ‘모르쇠’로 일관했다. 상품권을 담당하는 회계부서 역시 수차례 문의에도 “담당자만 알고 있는 일”이라면서도, 정작 담당자를 연결해 달라는 요구에는 “자리에 없다”는 말만 시종일관 되풀이 했다.이와 관련 밝은세상 관계자는 “분명 이번 사건을 파고 들다보면 지역사회 전반에 걸친 비리의 실체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시가 상품권을 구매한 이유, 사용처, 자금의 출처, VIP의 실체, 사건에 연관된 자 등을 총체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그는 “송원 역시 의혹의 대상”이라며 “사실상 유가증권이나 다름없는 백화점 상품권을 수 억 원어치씩이나 외상으로 내준 이유에 대해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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