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통합진보당이 26일 당내 비례대표 부정경선사태에 관한 2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차 조사와 마찬기지로 "통합진보당의 19대 국회의원 비례경선은 절차와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된 선거였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통합진보당 진상조사보고서 결과에 따른 후속처리 및 대책 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8시15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례경선과정은 선거관리 과정에서부터 현장투표 과정, 온라인투표 과정까지 부정을 방조한 부실의 과정이었다”며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공정한 선거를 기대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 최고위 관리자 아이디는 시스템의 전체 메뉴를 열람하고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어 보안관리가 철저함에도 당사가 아닌 외부 광범위한 지역에서 이 아이디를 사용한 정황이 다수 발견되는 등 보안 관리상 문제점이 드러났다.
아울러 관리자 권한부여 절차가 불투명해 정보 부정 이용의 우려를 낳았다.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전체 미투표자들을 추출하거나 수시로 투표 여부를 확인해 투표 진행상황을 알아낸 사실이 확인됐다.
미투표 현황이 일부 당직자에게 독점돼 특정 후보에게 활용된 정황까지 발견됐다.
이정규 온라인분과장은 “소속이나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긴 페이지가 1000건 이상 열람 됐다”며 “미투표자 현황 역시 엑셀파일로 10건 내려져 광범위하게 뿌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공성성과 신뢰성에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기환 선거관리분과장도 “청년비례경선에서도 3월11일 프로그램 수정이 이뤄져 이의가 제기됐지만 이후에도 별다른 통제 없이 프로그램 수정이 이뤄졌다”고 조사 결과를 전했다.
실제로 투표자 수와 투표용지 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거인명부의 투표자 이름을 지우는 사례도 발견됐다. 이중투표와 대리 투표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진상조사특위 관계자는 “선거인의 대리서명, 대리 투표 의혹이 제기되는 투표소는 대부분 특정후보가 100% 또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곳이었다”며 “우리는 이번 경선 결과의 신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기환 분과장은 김동한 위원장이 이날 발표를 앞두고 돌연 사퇴한 것에 대해 “어젯밤 11시부터 오늘 아침 9시까지 한숨도 자지 않고 만장일치를 위해 함께 노력했지만 당내 정파 문제로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운영원칙에 의해 3분의 2 찬성으로 보고서 채택을 의결했다”며 “이 과정을 진두지휘했던 김 위원장이 갑자기 사퇴하고 외부 인터뷰를 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양 분과장은 “진상보고서에서 의혹당사자들의 이름을 전부 블라인드 처리했다. 특정 정파나 후보자를 겨냥하지 않았다”며 “외부위원 6명은 진흙탕에 발을 내딛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번 사태가 사회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마녀사냥과 이념논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조사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진상조사 보고서는 이날 오후 10시께 통합진보당 제15차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재석 31명 중 27명의 찬성으로 채택됐다.
1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2차 진상조사 보고서가 채택됨으로써 그간 '2차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면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구당권파 소속 이석기·김재연 의원과 조윤숙·황선 비례대표 후보는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혀야 하는 처지가 됐지만 이석기·김재연 의원과 조윤숙·황선 비례대표 후보는 각자 대책을 논의하느라 입장 표명 시점을 늦추고 있다.
반면 1차 진상조사와 거의 같은 결과를 얻은 혁신 비대위 쪽은 주도권을 잡았다고 보고 즉각 입장을 발표했다.
강기갑 당대표후보 혁신선거운동본부는 성명서에서 “당권을 악용한 특정후보 관련자들이 실시간 미투표 명단을 공유·확산해 조직적인 당권 부정선거를 자행했음이 드러났다”며 “지금이라도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국민 앞에 정치적 공동책임을 지고 즉각 자진해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