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고는 바로 나!
[매일일보 이한듬·권희진 기자] 올 상반기 재계에서는 각 업계를 대표하는 맞수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치열했다. 시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원색적인 비방으로 갈등을 키운 경쟁업체들도 있었고, 걔 중에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돼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한 업체들도 있었다. 2012년도 어느덧 하반기를 향해 치닫고 있지만, 이들 라이벌 업체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매일일보>에서 2012년 상반기 재계를 뜨겁게 달군 업계 맞수들의 열전을 정리해 봤다.
각 업계 대표기업 간 시장 우위 선점 위한 첨예한 대립 이어져원색적인 비방전부터 법적대응까지…갈수록 치열한 경쟁 ‘후끈’전자업계의 대표적인 라이벌 기업으로는 삼성과 LG가 있다. 지난해 냉장고, 3D TV 등 전자제품의 국내·외 시장 우위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이들 기업은, 올해 초 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이른바 ‘아몰레드’ 기술유출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삼성 VS LG, ‘전자제품’ 주도권 싸움 지난 4월 경기지방경찰청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아몰레드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SMD 전·현직 연구원과 경쟁업체 LG디스플레이 임직원 등 11명을 수사했다.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삼성과 LG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삼성은 LG가 자사의 기술을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LG의 공식 사과와 관련자 퇴사조치를 강하게 요구했다. 반면 LG 측은 기술을 훔칠 이유가 없다며 반박, 양 측의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는 듯 했다. 그런데 불과 2개월 만에 삼성 아몰레드, LG 화이트올레드 회로도가 협력업체에 의해 해외로 유출된 사실이 수사결과 드러나면서 두 업체 모두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이 외에도 삼성과 LG는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점유율이나 인지도 면에선 아직까지는 삼성전자의 제품이 크게 앞서고 있지만, LG전자도 잇따라 핵심 기술을 접목시킨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삼정전자의 뒤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 5월 국내최초로 무선충전방식을 도입한 스마트폰 옵티머스 LTE2를 출시하며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삼성전자는 무선충전방식은 스마트폰 자체의 성능과는 연관 없는 부가적인 기능에 불과하다며 이를 비교대상으로 삼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삼성전자 관계자는 “무선충전기술은 자기유도방식과 공진방식이 있는데,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고 하는 자기유도방식은 이미 전동칫솔 등의 제품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까진 유선대비 메리트가 떨어져 스마트폰 시장에선 상용화단계가 아니고, 업계에서도 2015년이나 돼야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현대카드 VS 삼성카드, 숫자카드 ‘표절분쟁’카드업계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는 올해 ‘숫자카드’ 시리즈의 표절논란을 둘러싸고 한바탕 공방을 벌였다. 분쟁에 먼저 불을 댕긴 쪽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삼성카드가 올해 초 출시한 ‘삼성카드 4’의 할인혜택 서비스 등이 모두 자사의 ‘현대 제로카드’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숫자시리즈 카드의 표절 분쟁은 지난해에도 한 차례 있던 것이지만, 이번 현대카드의 공세는 과거와 달랐다. 현대카드는 단순한 문제제기에만 그치지 않고 삼성카드에 내용증명서를 보내 삼성카드4 발급의 즉각적인 중단과 자사 콘셉트를 도용한 모든 카드 상품 발급의 중단을 함께 요청했다. 아울러 현대카드는 삼성카드가 재발방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그러자 삼성카드도 맞불을 놓았다. 카드의 서비스 혜택은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기에 어느 카드사를 막론하고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것. 당시 삼성카드 관계자는 “모든 카드사가 비슷한 서비스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부 혜택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모방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대카드가 삼성카드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이처럼 양 측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르자 결국 금융당국이 중재에 나섰다. 금감원은 각 회사의 경영진에게 화해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는 법적대응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양 측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여론의 시선이 따가워지자 결국 앙금만 남긴 채 ‘없던 일’로 마무리 됐다.대한항공 VS 아시아나항공, ‘몽골노선’ 취항 둘러싼 갈등국내 항공업계를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월 몽골 울란바토르 노선 취항 문제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몽골 취항을 방해하기 위해 몽골의 미아트항공과 함께 합의한 뒤 2005년 10월부터 지속적으로 몽골 정부에 운항 횟수 조절 등의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발표에 직후 대한항공은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담합한 사실이 없다”면서 “운항 횟수 조절은 양국 정부의 권한으로 항공사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과징금이 0원이라는 점은 이번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무리한 조치라는 것을 말해 준다”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