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을 위해서라면”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이랜드와 그룹 오너간의 석연찮은 돈 거래 정황이 포착돼 뒷말이 일고 있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성수 회장은 지난 수년 간 그룹 지주회사로부터 무려 70여억원에 달하는 돈을 개인적으로 빌려 썼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무런 담보 제공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박 회장이 돈을 빌린 목적이나 사용처, 상환계획 등의 구체적인 정보 또한 알려지지 않아 대기업의 경영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랜드 측은 이번 논란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박 회장과의 거래에는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이랜드 지주회사 이랜드월드, 박성수 회장에 수년간 70여억원 빌려 줘담보 및 상환계획 등 구체적 정보 없어 의혹 무성…이랜드 “문제없다”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이랜드로부터 지난 수년간 개인적으로 수십억원의 돈을 빌려 썼다. 그런데 대여 과정에서 석연찮은 정황이 속속 포착되며 뒷말이 일고 있다.
석연찮은 돈 거래
지난 5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이랜드월드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랜드월드가 올해 3월까지 특수관계자들에게 빌려준 총 564억2621만원 중 박 회장에게 빌려준 돈은 장기대여금 51억8000만원, 단기대여금 17억원 등 총 68억8000만원에 달한다. 반면 여태까지 미수된 이자는 총 24억1936만원인데, 이중 박 회장에게 빌려준 대여금에 대한 미수 이자는 12억4870만원으로, 전체 미수이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박 회장이 회사로부터 돈을 빌렸으나 다른 특수관계자들에 비해 이자를 제대로 지불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이 대여금 상환여부의 불확실성에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지난해 말 채권투자자들에게 배포한 투자설명서를 통해 박 회장이 올 5월까지 배당을 받아 대여금 일부를 갚을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이랜드월드의 계획과는 달리 올해 5월엔 배당이 없었다. 따라서 박 회장이 회사로부터 빌린 돈을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더욱이 이랜드월드는 박 회장에게 아무런 담보도 없이 돈을 빌려줬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대여금에 대한 이자나 상환계획 등 구체적인 정보도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오너에 대한 지나친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비상장사’면 만사 OK?
이랜드월드와 박 회장 간의 돈 거래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는 또 있다. 박 회장은 현재 그룹의 오너로서 ‘회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이랜드 “사실과 다른 부분 많다”
그러나 이랜드 측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와전돼 오해가 생겼다며, 박 회장과의 거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이랜드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박 회장에게 돈을 빌려준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그 외의 논란들은 전부 사실과 다르다”라고 부인했다.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아무런 대가나 담보도 없이 돈을 빌려줬다고들 이야기 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나”라며 “박 회장이 가진 주식을 담보로 적법하게 돈을 빌려줬고, 은행의 금리수준에 견줘 문제가 없는 선에서 이자도 책정했다”라고 설명했다.이어 박 회장이 돈을 빌린 목적과 사용처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필요해 돈을 빌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주주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해도 불법 행위가 아닌데다가, 담보와 이자 등을 확실히 한 상태에서 대여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회장에게 빌려줬던 돈은 현재 모두 상환된 상태이며, 오는 8월15일 공시될 2분기 보고서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