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화 바람' 타고 재벌 총수 연봉 공개 추진
[매일일보 황동진 기자] 직장인의 최대 관심사 '연봉'. 매스컴에서는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의 희망연봉 혹은 어느 기업, 직종에 종사하는 직장인의 평균연봉이 제일 높다는 등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취업코자하는 해당 기업 총수의 연봉은 알 수가 없다. 간간이 사외 이사들의 연봉이 공개되고는 해서 으레 짐작하여 이정도 수준이지 않을까하는 추측만 할 뿐이다.재벌 총수 보수 공개법안 재추진 왜?최근 경제 민주화 바람을 타고 재벌 총수들의 연봉을 공개하는 방안이 재추진되고 있어 정재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 중이다.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이목희 민주통합당 의원 등 10명은 19대 국회에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상장사 임원의 개인별 보수를 공시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현재는 사업보고서 등에 등기임원들의 보수총액만을 기재하고 있다.지난해 자산총액 5조원을 넘으며 올 4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이랜드그룹을 보면, 지주사 이랜드월드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5명의 등기임원 보수총액(2011.12.31 기준)은 7억3천700만원이다.하지만 박성경 부회장의 개인 연봉은 알 수 없다. 박 부회장은 이랜드그룹 총수인 박성수 회장의 친여동생이다.더욱이 이 회사 지분 40.95%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 박 회장은 보고서상 어디에도 연봉이 기재돼 있지 않아 그가 얼마를 받는 지조차 알 수가 없다.이랜드 계열사인 이랜드건설의 경우 지난 5월 대규모기업집단현황 공시를 보면, 기업집단 소속회사별 임원 및 이사회 등의 운영현황에 보수총액은 커녕 아무런 기재도 돼 있지 않다.또 이랜드의 30개 계열사 중 상장사인 네코네이션과 이월드 역시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에서 등기임원의 보수총액만 나와있을 뿐이다.비단 이랜드 뿐만 아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사내이사 3명에게 총 326억9천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109억원을 지급한 셈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 등록돼 개별 보수는커녕 1인당 평균 지급액도 공개되지 않았다.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정몽구 회장 등 사내이사 4명에게 총 83억9천900만원이 지급됐다는 사실만 공개돼 있어 정 회장 개인의 연봉은 알 수 없다.임원 개별 보수 공시는 세계적 추세
통과되기까지 난항 예상
정치권을 비롯한 경제시민단체들은 관련 법안에 대해 경제 민주화의 한 방안으로 보고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포럼 공동대표인 유승희 의원은 "상장사 등기임원의 개별보수 공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대다수 선진국도 시행 중이고 재벌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좋은 성과를 낸 임원이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사회적 피드백이 가능하고 나아가 경제 민주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입법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8월 임시국회는 공전 중이고, 9월부터는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대선국면에 접어들게 돼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재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실제로 17대, 18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재계 한 관계자는 “임원의 개별보수가 공개되면 다른 기업과 비교로 경영의욕이 저하하고 노사간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