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수출 80%가 중간재...한국 수출 0.14% 감소 전망
주가·원화 가치 하락 등 금융자본시장 불안 확산 우려도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부가가 현실화됐다. 이로 인해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은 반도체, 전기기기, 철강, 화학 등의 품목을 중간재 형태로 수출하고 있는데, 대중 수출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한국 수출의 타격은 주가와 원화 가치 하락 등 금융자본시장의 불안으로도 이어져 경제 전반에 추가적인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로 인해 당초 목표했던 올해 2% 중반대 성장도 어렵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미중 확전으로 한일에 직격탄
12일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은 ‘휴전 종료에 따른 미중 무역전쟁 확전’ 보고서를 통해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특히 한국과 일본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IHS 마킷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라지브 비스와스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규모 관세 인상이 중국 수출업체를 강타해 그 경쟁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아시아의 제조업 공급사슬이 중국의 제조업 부문에 원자재와 중간재를 제공하는 까닭에 그렇게 큰 관세 인상의 충격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전이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중국 수출부문에 대한 거대한 부정적 충격이 파급효과를 일으켜 전자·화학제품과 같은 중간재를 중국 제조업 부문에 공급하는 일본과 한국을 때릴 것”이라며 “특히 이들 국가의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까닭에 그렇다”고 했다.
IHS 마킷은 반면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신흥 제조국들은 무역전환 효과로 인해 미중 무역전쟁의 수혜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전환은 교역환경 변화로 사고파는 상대가 교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서 물건을 수입해 미국에 파는 업체들이 중국을 거래처를 베트남 등 새로운 제조업 허브로 이동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국 수출 0.14% 이상 감소 전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도 이날 미국의 대중국 추가 관세부과로 한국의 수출이 0.14%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 중간재 수요 감소로 인한 직접적 효과로 한국의 수출이 0.10% 감소하는 데 더해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른 간접적 효과로 한국의 수출이 0.04% 추가 감소할 것이란 내용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미중 무역분쟁의 간접적 영향까지 감안할 경우 수출 감소분은 이보다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기업의 투자 지연과 금융시장 불안, 유가하락 등까지 고려하면 수출 감소분이 0.14%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역 분쟁 확전·장기화 가능성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이번 미중 무역협상 결렬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더욱 강경해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 직후 현재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 325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도 25%의 관세 부과를 준비하라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명령했다. 지난 10일 2000억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USTR은 현지시간 13일 추가 관세 부가와 관련된 상세한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