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채우기 급급하다 일자리 질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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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채우기 급급하다 일자리 질 악화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9.05.19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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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좋은 일자리’ 높은 장벽 바깥엔 ‘초단기 근로자’ 급증
주휴수당·주52시간제가 불러온 임금보전 압박 심화
그래프=박숙현 기자
그래프=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정부의 세금 일자리 정책과 주휴수당의 여파로 올 들어 주당 17시간미만 초단시간 취업자가 고용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에선 질 좋은 일자리와 초단기 일자리라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민간 부문에선 노동시장의 비효율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정규직 전환, 임금인상, 주52시간제 등으로 민간부문 고용경직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일자리를 위한 재정투입을 확대하면 고용시장 악순환을 불러올 뿐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통계청 ‘고용동향’을 분석한 결과, 초단시간 취업자는 2014년의 경우 전년 대비 6000명 늘어났고 2015년(4만4000명)과 2016년(5만명) 소폭 증가하다 2017년 9만7000명, 지난해는 15만8000명으로 대폭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전체 취업자 수를 견인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초단기 취업자는 올해 1월 13만5000명에서 2월 31만4000명, 3월 24만1000명으로 증가폭이 커지더니 4월에는 전년 같은 달보다 36만2000명이 증가하며 4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5% 증가율이다. 이에 따라 전체 취업자 중 초단기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7년 상반기에는 5%대 초반이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4월까지 5%후반~6%대 후반 수준으로 나타난다.  4월 초단기 취업자 수는 178만1000명에 달했다. 
초단기 일자리 급증은 정부의 공공일자리 증가와 주휴수당에 따른 시간제 아르바이트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22조9000억원의 일자리 예산 중 3조8000억원을 투입해 96만3000개 직접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노인 단기 일자리가 61만여개(8220억원)이다. 이를 반영하듯 60대 이상,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과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부문의 최근 일자리 증가세가 뚜렷하다. 최근 고용노동부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약 3조2000억원을 투입한 ‘직접 일자리 사업’에 노인 참여비율은 69%(56만명)에 이른다.  민간부문 일자리 질 저하현상도 심상찮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주당 15시간 미만 취업자는 올해 4월 전년 동월 대비 23.4%나 늘어났다. 일자리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한 주휴수당 방침이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과 소득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시장 비효율성은 생산성을 낮춘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기준 민간 대기업 비정규직이 1년 전보다 3만6000명 늘어 7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확대됐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노동시장이 경직되면서 기업이 부담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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