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임현빈 기자] 한국산 담배 속에 암모니아 성분의 첨가물이 들어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파문이 일고 있다.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 ‘담배 소송과 다국적 담배회사 내부문건 속 국산담배 성분분석’을 공개했다.이 논문은 이성규 캘리포니아대 담배 연구·교육센터 연구원, 김재형 캘리포니아대 의료사회학 박사과정, 한국금연운동협의회를 창립한 김일순 연대 의대 명예교수가 함께 썼다.논문은 미국 금연 연구기관들이 담배회사 내부문건을 수집·관리하는 레거시 담배문서 도서관(Legacy Tobacco Documents Library)을 통해 입수한 미국 3대 담배사 브라운앤윌리엄스(B&W)의 ‘한국 기술 리뷰(Korea Technical Review, 2000년)’라는 보고서 내용을 주목했다.이 문건에 따르면 B&W는 시장분석을 목적으로 국산 담배 88라이트, 에세, 심플, 시나브로, 디스 등에 대한 성분 분석을 진행해 왔다.분석 결과 암모니아가 시나브로 킹사이즈 박스, 디스 플러스 킹사이즈 박스를 제외한 모든 제품군에서 0.03~0.11% 검출됐다.암모니아는 담뱃잎에 포함된 니코틴의 순도와 알칼리성을 높여 니코틴의 인체흡수율과 중독성을 상승시킨다.연구진은 KT&G 측이 2011년 2심 판결이 선고된 집단 담배 소송에서 “자사 제품에 니코틴 중독을 촉진하는 암모니아 같은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사실을 지적했다.또한 88 라이트, 에세, 심플, 시나브로군, 디스군 모두에서 2.4~2.9%의 알칼로이드(질소 원자를 갖는 니코틴을 포함한 화합물)가 들어 있었다.질산염(0.8~1.1%)과 인산염(0.54~0.63%), 염화물(0.93~1.18%) 등의 성분도 확인됐다.이 밖에 여러 형태의 당(sugar)과 코코아 성분도 첨가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 감초 등 당류와 코코아 역시 담배 흡입 횟수를 늘리고 기관지를 확장시켜 니코틴 흡수를 돕는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또한 국산 담배의 연기에는 6.6~9.2㎎의 타르와 4.9~9.2㎎의 일산화탄소, 0.6~0.8mg의 니코틴이 함유돼 있었다.아울러 연구진은 필립모리스(PM)의 1999년 내부문서에서 한국인삼연초연구소(2000년 담배인삼공사에 합병) 측이 첫 번째 담배 소송 제기 후 “큰 두통거리(a big headache)”라는 표현과 함께 PM과 JT(일본담배산업)에 공문을 보내 도움을 요청한 사실도 확인했다.당시 PM측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사람을 찾겠다”고 화답했다.이를 꼬집어 연구진은 “경쟁 관계인 담배회사들조차 소송문제에서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법원과 보건전문가들은 담배회사의 소송대응 전략과 활동을 면밀히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한편 연구진은 “연구의 목적이 KT&G 담배제품 속 첨가물 및 니코틴 조작 여부를 확인하고 현재 진행 중인 국내 담배 소송에서 담배회사의 주장에 대응할 수 있는 증거 및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미국의 유사 선행연구와 마찬가지로 피고 측 담배회사의 내부문건을 직접 조사해야 하나 현재 (2012년 4월 연구 당시)까지 KT&G의 내부문건은 여전히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지난 1999년 이후 국내에서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와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건강상 흡연 피해 관련 소송은 모두 3건. 그러나 아직 한 차례도 원고가 이긴 적이 없다.논문에 연구진은 “그동안 KT&G 측은 재판 과정에서 ‘영업비밀’로 분류된 문건을 뺀 나머지 담배 연구 자료만 제출해왔다”고 적었다.논문을 마치며 이들은 “KT&G 담배 제품에는 니코틴의 인체 흡수를 촉진하는 암모니아 등 유해성 첨가물이 포함돼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원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담배성분 검증절차를 거쳐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나 KT&G 측은 “담뱃잎 자체에도 미량의 암모니아는 포함돼 있다. 담배를 제조하는 과정에서는 전혀 암모니아 성분을 첨가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또한 자료 미공개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 과정에서 요청받은 제품에 대한 모든 문서자료 역시 성실하게 재판부에 제출했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