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기 "靑, 평소엔 조 수석까지 동원해 野 공격...민감할 때는 무응답"
정양석 "남북정상회담 기획해 총선 영향 주려고 했을 듯...文은 책임 물어야"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자유한국당은 28일 국내 정보기관 최고 수장인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여당의 총선 전략을 총괄하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만난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탈정치화' 공약을 거론하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또 한국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둘 간에 오간 대화 내용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온갖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국정원장이 총선을 1년도 채 앞두지 않은 민감한 시점에 대통령 측근 실세를 만났다"며 "국정원의 국내 정치 관여를 적폐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인데, 여당 실세와 국정원장의 밀회로 국정원장이 직접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보 관권 선거가 시작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무슨 대화가 오고 갔는지 알아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서 원장과 양 원장이 지난해 9월 일본에서 독대했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해 추가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만약 일본에서의 독대도 사실이면 둘의 만남은 결코 한두 번이 아닐 수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두 인사의 만남과 관련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짚었다. 첫 째는 여당의 정보 수집, 둘 째 야당 죽이기, 셋 째는 선거를 앞두고 모든 대북 정보 및 대내 정보를 수집하는 국정원을 통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모의하려는 시도다.
나 원내대표는 특히 '나는 고위 공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공익보도 대상도 아니다'는 취지로 한 양 원장의 해명과 관련해서는 "왜 국회의장을 독대하는 등 정치 행보를 했는지 묻고 싶다”며 "유리할 땐 여당 싱크탱크 수장 자격을 내세우고 불리하면 민간인을 흉내 내는 얄팍한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두 사람이 네시간 넘게 만나는 동안 일행이 있었다고 하지만,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순수한 사람들이 아니라 여권의 핵심인사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일행의 신원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또 총선 관련해서 얘기는 안했다고 하는데 면면을 보면 당연히 했을 거라고 짐작되는 건 '야당 탄압 공작', '부정선거 공작'"이라며 "다른 공작도 했다면 무슨 공작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청와대를 향해서는 "평소에는 조국 민정수석까지 동원해서 야당을 공격하면서 문 대통령 딸 다혜씨 얘기 등 민감할 때는 할 얘기가 없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모든 노력을 총선 승리에 맞추고 있는 이 시점에 두 명이 만났다"며 "또 국정원의 정치 개입 금지를 (문재인 정부가) 명령해 대북접촉의 창구가 되어 남북협상에 앞장서고 있는 국정원이 내년 총선 앞두고 북풍 있을거라고 우려하는 가운데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또 다른 남북정상회담을 기획해 총선에 영향 줄 것을 도모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며 "앞서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총선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 말이 맞다면 이 시점에 만난 두 명에게 대통령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9대 대선에서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불법 민간인 사찰, 정치·선거 개입 등 문제를 지적하며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및 수사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명칭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바꿔 대북한과 국제 안보, 테러 등을 전담하는 명실상부한 국가 정보기관으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서 원장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양 원장을 만나면서 그동안 추진한 개혁 작업에 대한 성과마저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