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3급기밀에 해당하는 한미정상간 통화내용을 유출한 K참사관은 28일 "강 의원이 통화내용을 굴욕외교로 포장할 줄 몰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가능성을 부정하는 강 의원을 바로 잡기 위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유출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강 의원은 통화내용이 기밀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일본에 오는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을 오라고 초청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상반되는 주장이다. 두 사람은 친소 관계를 두고도 다른 말을 했다. K참사관은 30년간 연락조차 없던 사이라고 했고, 강 의원은 "친한 고등학교 후배"라고 했다.
K참사관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유출 경위를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변호인은 "지난 8일 오전 11시30분경 강 의원이 보이스톡으로 연락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부정했고 K참사관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비공개를 전제로 특파원단에 알려진 사실·유출가능한 내용을 중심으로 방한 성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강 의원은 방한 성사 가능성을 부정하면서 판단하는 근거를 물었고 참고만 하겠다는 말에 정상간 통화요록의 표현을 다른 표현으로 설명하려 했지만 시간에 쫓겨 실수로 일부 표현을 알려주게 됐다"고 했다. 또 "K참사관은 대학졸업 이후 강 의원과 30년간 특별히 연락을 주고받은 일은 없다"며 "강 의원이 이를 정쟁 도구로 활용하고 굴욕외교로 포장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야당의원에게 외교정책을 제대로 알리는 차원에서 일을 하다 실수를 한 것이지 의도적으로 기밀을 누설한 게 아니란 것.
한편 강 의원은 이날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친한 고교 후배가 고초를 겪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며 "문재인 정권이 눈엣가시 같은 야당 의원 탄압 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려는 작태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현 정부 들어 한미동맹과 대미외교가 균열을 보이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왜곡된 한미 외교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린 야당 의원의 당연한 의정활동에 대해 기밀유출 운운으로 몰아가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또 "판례에서도 기밀은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정말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며 "일본에 오는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을 오라고 초청하는 것이 상식이지 기밀이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