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록 전달해준 다른 대사관 직원도 3개월 감봉 경징계 그쳐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을 유출한 주미대사관 소속 참사관 K씨에게 중징계 중 최고수위인 파면 처분이 내려졌다. K씨에게 통화록을 열람하게 한 다른 외교관 1명에는 비밀관리업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감봉 3개월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외교부는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를 조사했지만 징계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추가조사도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30일 오전 조세영 제1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 징계위는 내부인사 3명과 외부인사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앞서 K씨는 3급 기밀에 해당하는 한미정상간 통화 내용을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 전달한 혐의로 징계위에 회부됐다. 조 차관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연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선 K씨가 총 3번의 기밀을 유출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날 징계위에서는 정상간 통화유출 건만 다뤄졌다.
K씨에게 내려진 파면은 최고 수위의 중징계다. 파면 처분을 받으면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으며, 퇴직연금이 2분의 1로 감액된다. 강 의원에 통화내용을 전달해준 다른 직원은 비밀관리 의무 소홀 혐의가 적용돼 3개월 감봉이라는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감봉 처분을 받으면 업무상 변동은 없으며 연봉월액(기본연봉을 12로 나누어 매월 지급하는 금액)의 40%가 깎인다.
징계 대상 중 1명은 공사급 고위 외무공무원이기 때문에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외교부는 이 공무원에 대한 중앙징계위도 이번 주 안으로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조윤제 주미대사 역시 이번에 조사를 받았으나 징계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추가 조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편 외교부는 징계와는 별도로 지난 28일 K씨와 강 의원을 기밀유출 및 누설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주미대사관 소속 참사관 K씨는 한미정상간 통화 내용을 열람한 후 이를 고교 선배인 강 의원에게 전달했다. 이후 강 의원이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권에서는 ‘불법 국가기밀유출’이라는 여당의 주장과 ‘공익제보’라는 한국당의 주장이 맞섰다. K씨 측은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K씨는 “강 의원이 정쟁의 도구로 악용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며 더욱이 ‘굴욕 외교’로 포장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참사관은 징계위에서도 강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5월 방한 성사 가능성을 부정하면서 판단 근거를 재차 물었고, 실수로 일부 표현을 알려주게 됐으며 강 의원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할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는 입장을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