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폰과의 민사소송 1심에서 패소해 1조원대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 위기에 처한 코오롱이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셈이다. 업계 일각에선 미국이 자국 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한국 기업에 대해 ‘사법테러’를 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원 대배심은 최근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에 대해 첨단 섬유제품과 관련한 영업비밀 침해 혐의를 적용, 지난 8월 코오롱과 임원 5명을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연방법원에 기소했다.
대배심은 코오롱이 듀폰의 아라미드 섬유인 ‘케블라’의 영업비밀을 침해, 총 2억2천600만달러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영업비밀 전용 1건과 영업비밀 절도 4건, 조사방해 1건 등이다.
듀폰과 코오롱이 영업비밀 침해 여부로 날선 공방을 주고받는 ‘아라미드’는 방탄복 등에 사용되는 최첨단 섬유소재로, 듀폰은 1973년 ‘케블라’라는 이름으로 아라미드의 상용화에 성공해 시장을 선도해 왔다.
이후 코오롱은 지난 2005년 ‘헤라크론’이라는 아라미드 섬유를 선보이며 후발주자로서 조금씩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 왔는데, 듀폰은 2009년 코오롱이 자사의 기술을 빼돌렸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지난해 11월 코오롱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우리 돈 1조 487억원을 듀폰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코오롱은 이에 불복해 현재 항소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검찰이 코오롱을 형사 기소까지 하면서 이중으로 코오롱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 검찰의 기소 시점에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이 사건을 조사해왔으면서도 여태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민사소송 판결이 난 시점에서 기소를 한 것.
국내 업계사이에선 미국 검찰이 민사소송 1심 패배로 궁지에 내몰린 코오롱을 비밀리에 기소까지 한점을 두고 ‘미국의 사법테러’, ‘보호주의 무역’이라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오롱 역시 미 사법당국의 의도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코오롱 측 현지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제프 랜달 변호사는 “미 검찰이 민사소송 재판결과가 나온 이후에 코오롱을 기소를 한 까닭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이 시점에서 코오롱을 기소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에 강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불행히도 듀폰은 영업비밀 소송에 의지해 아라미드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막으려 하고 있다”며 “듀폰의 아라미드 특허들은 이미 수십 년 전 공개됐기 때문에 누구든지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코오롱도 헤라크론 같은 새로운 제품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 검찰의 코오롱에 대한 형사 기소 법정 심리는 오는 12월 11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