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무늬판 파업’ 등 기득권 지키기 비판
고임금·저효율 구조 속 글로벌 경쟁력 악화돼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국내 자동차 산업이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했지만, 노동조합은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의 ‘비이성적’ 요구에 미래차 시대를 향한 발걸음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의 ‘무늬만 파업’이 이어지며 노사 모두 타격을 입고 있다. 전면파업 정상근무 3일 차인 이날 주간 근무조 노조원 67.6%가 정상 출근했다.
문제는 출근 노조원과 비노조원 등을 합쳐 70% 가까운 직원이 정상 출근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생산량은 평소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이다.
지난 5일 노조의 전면파업 이후 첫 정상 근무일인 7일에는 41대를 생산했고, 두번째 정상 근무일인 10일에도 60여대 생산에 그쳐 평소의 10∼20% 수준밖에 생산하지 못했다.
이번 전면파업은 노조 입장에서도 협상 국면을 유리하기 이끄는 계기가 되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전면파업을 선언했지만, 조합원 참여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파업 동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르노삼성 공장은 인건비 등 고정비가 올라, 다른 공장에 비해 경쟁력도 낮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시간당 임금 수준은 닛산 규슈공장보다 높아져, 현재 르노그룹의 46개 공장 중 3위까지 올랐다. 르노그룹 입장에서는 생산단가가 비싼 한국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GM 노조는 입금 협상 단체교섭 장소 등을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30일 시작하기로 했던 사측과의 임금협상 단체교섭이 일주일 넘게 진행되지 못하자 쟁의권 확보를 추진하게 됐다.
사측은 지난해 7월 기존 교섭장에서 노사 간 협의에 임하던 회사 임원진이 노조 조합원들에 의해 감금된 사례가 있다며 출구가 여러 곳인 다른 교섭장으로 옮겨달라고 노조에 요구했다.
한국GM 노조가 쟁의권 확보를 추진하는 것은 올해 들어서만 두번째다. 앞서 올해 4월 한국GM 연구개발 신설법인(R&D)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노조는 단체협약 개정 문제를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으면서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GM이 인천 정비부품 물류센터를 폐쇄하자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회사 측은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 인천센터를 세종센터와 통합한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교묘한 구조조정’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 중 한국은 유일하게 생산량이 3년 연속 감소했다. 이에 더해 해외 완성차 업체들은 구조조정을 통한 투자비용을 마련하는 등 대대적인 사업개편에 나서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성 노조가 기득권을 지키고자 몽니를 부리는 사이 우리나라는 고임금·저효율 구조 속 글로벌 경쟁력은 악화됐다”며 “해외 완성차업체가 내연기관 차량을 줄이고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잇달아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노사갈등 늪에 빠져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