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인 성과급’ 태광 일감 몰아주기에 19개 계열사 모두 고발 ‘초강수’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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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인 성과급’ 태광 일감 몰아주기에 19개 계열사 모두 고발 ‘초강수’ 제재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9.06.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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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전 회장 개인고발 및 과징금 21억8000만원 부과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태광 그룹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인 계열사의 김치, 와인 등을 비싸게 구입해 임직원에게 성과급 대신 지급한 혐의 등에 대해 제재를 내렸다.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받던 중 '황제 보석' 논란에 휩싸여 재수감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태광 그룹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인 계열사의 김치, 와인 등을 비싸게 구입해 임직원에게 성과급 대신 지급한 혐의 등에 대해 제재를 내렸다.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받던 중 '황제 보석' 논란에 휩싸여 재수감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계열사의 김치·와인 등을 비싸게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성과급 대신 지급해 총수일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태광그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 외 19개 계열사를 모두 고발했다. 공정위는 이날 재계 36위권으로 2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태광그룹 일감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하고,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 개인 고발 및 태광산업·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모두를 법인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태광그룹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고 이것이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우려가 상당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고발된 김 실장은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티시스와 메르뱅의 실적 개선 방안을 고안해 실행했다. 티시스는 지난 2013년 5월 고급회원제 골프장인 휘슬링락CC를 합병한 이후 손순실이 71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했다. 이에 김 실장은 2013년 12월 휘슬링락CC에서 매추김치 및 알타리무 김치를 제조해 태광산업, 대한화섬, 세광패션, 고려저축은행 등 계열사에 고가로 판매하기로 결정하고 각 계열사에 팔 김치단가를 결정하고 구매할 수량까지 할당했다. 계열사들은 김치구매비용으로 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내부 운영 규정을 유리하게 고치기도 했다. 직원전용 사이트인 '태광몰'을 구축해 사후정산을 통해 포인트를 빼가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특히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시중에 판매되는 김치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한 점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관련법에 따라 정상가격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총수일가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제재하고 있다. 공정위의 간접 가격 비교조사에 따르면 당시 조선호텔과 워커힐에서 판매된 김치는 10KG당 각각 14만~15만원, 11만~14만원이었지만 휘슬링락CC 김치는 같은 양에 19만원에 판매됐다. 태광그룹이 2014년 상반기부터 2년간 휘슬링락CC로부터 구매한 김치 거래금액은 95억5000만원(512.6t)이다. 티시스는 2016년 458억원의 영업이익과 2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공정위는 또 와인 소매 유통사업자인 메르뱅도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대상이었다고 판단했다.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그룹 시너지 제고라는 명분으로 계열사가 선물을 제공할 때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는데, 공정위는 와인이 고가로 판매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거래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가격 비교가 없었던 점을 볼 때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상반기부터 2016년 9월까지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금액은 총 46억원이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관련 조항(거래시 합리적 고려나 타 사업자와의 가격비교 여부)으로 일감몰아주기를 적극적으로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태광소속 계열사들이 2년반동안 김치와 와인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 귀속된 이익을 최소 33억원(김치 25억5000만원, 와인 7억5000만원)으로 책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과정에서 총수의 구체적인 지시·관여가 있었다는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 실장의 혼자 힘으로 여러 계열사에 판매하는 게 가능했겠나. 위의 관여나 지시가 없다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티시스와 매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은 태광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수십억이 넘는 휘슬링락 회원권과 고액상품권을 판매해 8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관계 골프로비를 벌인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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