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임현빈 기자] 법원이 담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두 제약사에 대해 각기 다른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안영진 부장판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아제약에 부과한 과징금 21억 9300만원이 부당하다며 취소를 주문했다.
반면 앞서 11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조용호 부장판사)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부과된 과징금 31억 4700만원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동아제약과 GSK는 서로 담합을 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각각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았다.공정위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1998년 GSK의 오리지널 항구토제 ‘조프란’과 다른 제조법으로 제법특허를 취득한 뒤 복제약 ‘온다론’을 개발해 판매하다 GSK와 마찰을 빚었다.곧이어 특허 분쟁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양사는 경쟁보다는 담합을 택했다.동아제약은 온다론을 철수하는 대신 조프란의 국공립병원에 대한 판매권과 미출시 신약이던 ‘발트렉스’의 독점판매권을 부여받았다.또 동아제약은 조프란·발트렉스와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는 제품의 연구개발과 판매를 제한하고, GSK는 일정 판매금액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역(逆)지불 합의’ 가 이뤄진 것이다. 역지불 합의란 특허권자가 오히려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졌다.이에 공정위는 당시 항구토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던 조프란의 독점권이 연장됐으며, 제네릭의 진입을 방해하는 등 시장경쟁의 제한을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생각도 같았다. GSK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취소 청구 사건을 맡은 행정7부는 “원고가 특허권의 범위를 벗어나 동아제약에 과도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대신 온다론의 출시를 금지한 것은 서로 담합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청구를 기각했다.동아제약 청구 사건을 맡았던 행정6부도 판결을 통해 “원고가 국내에서 계속 온다론을 생산·판매하거나 유사한 성분의 약품을 개발해 판매했을 경우 경쟁 속에서 조프란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하락하고 그 가격 또한 인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두 재판부 모두 GSK와 동아제약의 계약이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부당한 공동 행위라고 인정했다.다만 행정6부는 공정위 조치에 포함된 발트렉스 계약 건은 불공정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정위는 발트렉스에 관한 합의가 관련 시장에서 어떠한 경쟁 제한 효과를 발생시켰는지 제시하지 못했다”며 시정명령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또한 이와 관련 “발트렉스 매출액을 관련 매출액에 포함해 과징금을 산정한 것은 위법하다”며 동아제약에 부과된 과징금 처분도 취소할 것을 명령했다.반면 행정7부는 발트렉스 계약 건이 경쟁 제한 행위가 아니라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이처럼 재판부의 각기 다른 판단으로 GSK에는 기존 부과된 과징금이 인정됐으나 동아제약은 면제됐다.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판결문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항소여부는 추후 논의를 해봐야 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GSK 측 역시 “내용 확인 중에 있으며 항소 신청기간이 언제까지인지 확인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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