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국내 제약업계 2위 유한양행이 풍부한 현금 보유량에도 불구, 성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전망이 제기됐다.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 상반기 기준 2101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자산 2200억원을 보유한 동아제약과 더불어 국내 상장제약사 가운데 2000억원을 넘기는 풍부한 자금동원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지나치게 현금을 비축해 둘 뿐, 이를 투자나 사업다각화 등에 활용하지 않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유한양행이 지난달 30일 공시한 이 회사의 올해 3분기 잠정영업실적 매출액은 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646억에 비해 22.0% 상승했다.그러나 이는 전체 매출에 대한 추산일 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 ‘실속’ 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실제 3분기 영업이익은 132억으로 지난해 동기 158억에 비해 16.7% 하락했으며, 당기순이익도 172억으로 전년 199억에 비해 20% 하락했다.
누계실적으로 상계할 경우는 낙폭이 더욱 크다. 누계 영업이익은 262억으로 전년 동기 485억에 비해 무려 45.9%나 하락했으며, 누계 당기순이익도 415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70억에 비해 38%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유한양행이 단기적인 매출 상승, 즉 외형적 성장에만 신경을 써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 판매권 확보한 뒤, 이를 통한 수익을 투자 등에 회전시키지 않고 그저 축적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실제로 유한양행은 실제 베링거인겔하임,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수입의약품 판매권을 확보해 도매상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외에 4~5년간은 제대로 된 투자 활동이 없다.물론 이 같은 현금축적 양상은 일괄약가인하 등으로 위기 상황에 직면한 제약사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그러나 유한양행과 더불어 20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업계 라이벌 동아제약은 지난 9월 말 800억원을 투자해 인천 송도에 바이오시밀러 공장을 신축할 계획을 밝히는 등 장기적 안목에서 새로운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따라서 유한양행의 소극적인 행보는 앞으로 회사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현금 확보를 통해 지금 당장의 위기에는 대응할 수 있겠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며 “신약개발, 신사업 추진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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