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잡는 새우’ 그물에 걸려 ‘허우적’
[매일일보 황동진 기자] 재계 62위 유진그룹(회장 유경선)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대형 악재를 만나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유진그룹은 현직 간부 검사에게 수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이중수사를 받고 있다. 유진그룹은 1984년 창립 이래 대형 M&A를 잇따라 성사시키며 중견그룹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세 확장과 경기 악화로 인해 유진레미콘, 유진투자증권 등 주력계열사들이 맥을 못 추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인수했던 기업들을 도로 토해내며 유동성을 어렵사리 확보했지만, 이번 악재로 또다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승자의 저주’ 걸려 유동성 위기 재발..내년 경영 ‘적신호’최근 하이마트 매각 자금 6500억원으로 신규 투자에 나서려든 유진그룹이 또다시 대형 악재를 만났다.유경선 회장의 넷째 동생이자 계열사 EM미디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유순태씨가 현직 간부 검사에게 6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사정당국으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업 주가가 낙폭을 거듭하고 있다.
유동성 확보한 유진, 또 악재 만나 ‘휘청’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현직 서울고검 부장검사 김모(51)씨가 ‘희대의 사기꾼’으로 불리는 다단계 판매업자 조희팔(55)씨의 자산관리인 강모(51·해외도피)씨와 EM미디어 유순태 대표이사 등으로부터 총 8억4000만원을 ‘차명계좌’를 통해 받은 정황을 포착, 수사에 착수했다.11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은 김 검사가 문제의 차명 계좌에서 현금인출기로 돈을 찾는 모습이 담긴 은행 CCTV를 확보했으며 김 검사 외에 현직 검사 3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김 검사 등은 2008년 10월 유진그룹 내부정보를 듣고 주식을 산 의혹을 받고 있다. 유진그룹은 당시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주력계열사 유진투자증권을 팔려고 했다. 그러나 유진그룹은 매각을 포기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김 검사 등은 매각 포기 공시가 나오기 보름 전 주식을 전량 처분했지만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경찰 관계자는 “(김 검사가) 지난해에도 유진기업의 주식을 3~8개월 보유한 뒤 파는 과정에서 약 2억원의 시세 차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여부도 조사키로 했다”고 밝혔다.검찰도 경찰과 별개로 수사에 착수했다.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11일 오전 10시께 김 검사의 사무실과 자택 그리고 유진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