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4·3보궐선거 이후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가 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던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약속이 유효한 것이냐’는 물음에 “답변을 보류하겠다다”고 답해 약속 번복 논란이 일고 있다.
손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분열된 상태에서 싸움이 혁신위원회로까지 확대될지 몰랐다”며 “우리가 지지율을 높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는지 봐야 하는 만큼 답변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혁신위원회를 제안했을 때는 당의 내분과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하나가 돼 다음 총선에 대비하자는 생각이었는데 결국 혁신위가 계파싸움의 대리전이 되며 다시 혁신위원장을 선임한다 해도 위원회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제대로 개혁안을 만들고 총선을 승리하는 혁신안을 만들면 총선 기획단을 만들어서 가동시킬 생각이었지만 혁신위 활동이 지지부진하고 제대로 하지 못하면 총선 기획단을 사무총장실 주도로 만들어서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1일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은 “계파갈등이 혁신위에서 그대로 재현됐다”며 혁신위 출범 11일 만에 혁신위원장을 돌연 사퇴했다.
한편 이날 최고위회의에서는 손 대표 측인 당권파와 손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반당권파 간 혁신위를 둘러싸고 갈등이 재현됐다. 반당권파 권은희 최고위원은 “혁신위원회에서 가결된 안건은 당헌·당규에 따라 최고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어야 한다”며 “지난번 주 전 위원장의 주재하에 제21대 총선승리를 위한 지도체제 혁신안이 가결됐다”고 했다. 이어 “주 전 위원장은 사퇴했지만 혁신위원장이 공석이라고 상정하지 말라는 당헌·당규는 없다”며 “당헌·당규를 매우 중시하는 손 대표는 이번에 혁신위원회 안건을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정시켜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당권파인 문병호 최고위원은 “바른미래당의 위기는 손 대표부터 초래됐거나 손 대표가 사퇴하면 당 위기가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혁신위가 기승전 손 대표의 퇴진에만 포커스를 맞춘다면 혁신위가 과연 국민들과 당원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1호 안건을 지도체제 개편으로 정한 혁신위를 계파싸움의 연장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혁신위를 둘러싼 갈등이 거듭되는 동안 회의장 앞에서는 권성주 혁신위원이 혁신위 정상화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다. 혁신위는 지난 11일 1호 안건으로 현지도부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안건을 올린 뒤 사실상 해체 국면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