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오범택 기자] 태안군체육회 상임부회장 A씨가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는가 하면, 노래방에서 물을 뿌리는 등 잇따른 부적절한 처신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25일 태안군 체육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 체육회는 이달 초순경 태안읍에 위치한 한 수산물 전문 식당에서 체육회 직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나고·조개 구이를 시켜놓고 회식(저녁식사)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A씨가 여직원 B씨에게 ‘큰 조개, 검은 조개’를 운운하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체육회 관계자 L씨는 “당시 회식자리에서 식사 중 체육회 사무국 과장인 B씨가 상임부회장인 A씨에게 조개를 건네주자, A씨가 그녀를 향해 ‘나는 큰 조개랑 검은 조개는 안 먹는다’고 말했다”며 “상임부회장의 말에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한 여성 팀장이 ‘난 큰 조개가 좋다’면서 그 조개를 집어다 먹으며 어색한 분위기가 급 수습됐다”고 설명했다.
A씨의 부적절한 처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2차 자리인 노래방에서도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L씨는 또 “이날 저녁식사 후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놀게 됐는데, 상임부회장과 직원들이 노래를 부를 때 참석자들 대부분이 일어나서 박수도 치고 추임새를 넣곤 했었다”며 “그런데 식당에서 마음이 상했던 B과장이 자리에 앉아 있자 A씨가 생수병의 물을 그녀에게 뿌렸다”고 말했다.
A씨의 부적절한 언행은 앞서 치러진 체육회 고문단 야유회 행사 때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야유회 행사에 참석했던 D씨는 “약 1달 전에 군 체육회 고문단 야유회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며 “당시에도 A씨는 여직원들에게 ‘고문님들께 술도 따라 드리고, 안주(낙지)도 입에 넣어 드려라’라고 말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면서 고개를 내둘렀다.
B씨의 남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내로부터) 그 얘길 전해 듣고 너무 화가 나 회식 다음날 체육회를 찾아가 상임부회장을 혼내주려고 했었다”며 “그런데, 부회장이 아내에게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기에 참았다. 진정성 있는 사과인지는 생각 중”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군민은 “요즘 ‘미투 사건’ 등의 여파로 성추행 또는 성희롱으로 인식될 만한 일들이 사회전반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했는데, 태안은 아직도 멀었단 생각이 앞선다”며 “군 체육회의 사무를 총괄하는 상임부회장이 나이도 지긋한 주부사원(직원)에게 입에 담기조차 힘든 얘기를 수시로 반복하고 물까지 뿌리는 등의 갑질 행태는 이해할 수도 없고, 공인으로서의 자질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태안에서 치러진 도민체전에서 군이 처음으로 우승하고, 올해 열린 장애인체전에서도 상위 입상한 데 이어 오는 9월에도 충청남도생활체육대회가 우리 태안군에서 열리는데,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이 기회에 군과 체육회 관계자들 모두가 대오각성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상임부회장 A씨는 “지난번 직원 회식 자리에서 ‘큰 조개’ 얘기를 한 것은 사실인데, 실제로 나는 조개를 잘 안 먹는다. ‘검은 조개’ 얘기는 한 기억이 없다”며 “여자들과 은밀한 곳에서 건넨 말도 아니고 여럿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웃으면서 한 얘기였는데, 당사자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인 것 같아, 다음날 곧바로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래방에서 물을 뿌렸다는 부분은 나와서 같이 놀자고 장난스럽게 했던 행동이다. 또 고문님들과의 목포 야유회 때 버스 안에서 했던 말은 연세 많으신 고문님들을 잘 모시자는 취지로 한 얘기였다”면서 “그런데, 해당 직원은 그런 부분에 대해 ‘정도를 넘어선 언행’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군 체육회 사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은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