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촛불을 켜놓고 잠들다 난 화재로 할머니와 외손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이들의 전기사용 여부를 두고 허위 해명을 내놓았다가 번복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한전은 21일 오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불이 난 주모씨의 집에는 전류제한기를 설치해 전기 공급을 제한했을 뿐, 단전하지는 않았다”라고 해명했다.한전은 이날 자료에서 “화재 발생으로 가족이 숨진 주모(60)씨가 지난 5월부터 6개월 동안 15만7740원의 전기요금을 미납해 10월30일 자로 전류제한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전 측은 또 “한전은 주씨 본인 입회하에 전류제한기를 설치하고 사용 방법을 설명했으며 전류제한기 설치 후에도 주씨가 전력을 사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전류제한기가 설치되면 순간 전력 사용량이 220w를 넘을 경우 전기가 차단된다.

하지만 확인 결과 주씨는 전류제한기 설치 이후 전기를 사용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전의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이 지난 12일 주씨 집안에 설치된 계량기를 검침한 결과 전력 사용 수치가 전류제한기가 설치된 지난달 30일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뒤늦게 한전 측은 “애초에 주씨 집이 전류제한기 설치 이후 전력을 쓴 것으로 알았으나 착오가 있었다”며 “단전이 아닌 제한 공급(전류제한)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주씨 집에서 전력을 사용했을 줄 알았다”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주씨는 경찰에서 "전류제한기가 어떤 것인지 전기 차단 해제 리모컨을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차도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한전 관계자는 "한전 직원이 주씨 입회하에 전류제한기를 설치하고 차단됐을 때 해제하는 방법까지 시연했다"며 "주씨가 전기를 사용하다 차단되자 단전된 것으로 오해했을 수는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시골 노인들은 전류제한 조치가 어떤 것인지 설명을 해 줘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전이 전류제한 조치를 한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현재 양측의 주장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