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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 한국동서발전(사장 장주옥, 이하 동서발전)이 100억원대 설비계약에서 입찰업체의 적격심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는 등 구조적 허술함을 드러내 물의를 빚고 있다.특히 모회사인 한전도 최근 자회사를 상대로 입찰을 방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최대 공기업들의 부실한 입찰 선정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울산지검 특수부는 지난 21일 위조 서류로 동서발전의 설비계약을 따낸 울산의 모 플랜트 업체 전 차장 박모(28)씨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검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해 2월 동서발전의 화력발전소 설비업체로 등록하기 위해 미국의 한 설비업체와 기술제휴를 맺은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공증서를 첨부한 혐의로 박 씨의 회사는 위조된 서류로 동서발전으로부터 150억원 상당의 설비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박씨의 회사는 올해 부도가 나면서 지난 5월 동서발전과 계약이 해지돼 설비를 납품하지 못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직원의 사문서 위조 행위도 문제이지만 공기업인 동서발전의 입찰업체 적격심사를 가리는 시스템도 지나치게 허술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공증서류에 대한 사전의 의심과 면밀한 검토도 없이 계약을 맺는 등 입찰과정에서의 적격심사가 엄격히 운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이와 관련 동서발전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실적과 기술제휴 두 조건이 필요하지만, 해당 업체가 실적이 없는 관계로 기술제휴 부분에 대한 공증서류를 제출했다”라고 말했다.이어 “회사는 입찰 과정에서 적법한 자격심사를 거쳤고, 업체가 공증서류를 제출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서류로 판단했을 뿐” 이라며 “입찰 회사가 부도 처리 되면서 자동적으로 계약이 해지가 됐으며 돈이 오갔다던가 물건이 들어오지는 않았다”라고 덧붙였다.현재 검찰은 실무자인 박 씨 외에도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한편, 모회사인 한전은 최근 자회사인 한전KDN을 상대로 한 차례 상의도 없이 특정 업체에 컨설팅 업무를 맡기는 가하면, 이 업체와 계약까지 맺도록 지시하는 등 입찰을 방해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