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일본이 수출규제 세부 품목에 대해 발표하지 않았음에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은 향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현재 1194개의 품목을 전략물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중 1120개 전략물자고, 74개는 비전략물자로 나눠진다. 전략물자 중 일본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263개다. 이후 따로 허가받지 않아도 되는 품목은 857개다. 이날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 구체적 품목은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업체 외 추가적인 직접 피해는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은 지난달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을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한 바 있다.
하지만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라 일본기업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품목을 국내에 수출할 경우 오는 28일부터 3년간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다. 이와 함께 무기개발 등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일본 정부의 수출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가장 우려한 ‘내부자율준수프로그램(ICP)’기업에 대한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ICP기업은 일본 경제산업성에 전략물자 수출관리 접수증을 발급받은 기업을 뜻한다. 해당 기업으로부터 수입할 경우 전략물자 여부에 관계없이 기존 수입 절차와 달라지는 점이 없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ICP 기업 632개를 공개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의 허가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건별 허가보다 절차 및 제출 서류가 간소하다. 이에 따라 ICP기업으로 거래선을 변경하면 화이트리스트 배제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ICP 인증을 받으면 화이트국가에 속한 기업이 아닌 경우 통상 90일이 걸리는 개별허가 절차가 1주일로 단축된다. 허가 절차도 최대 3년간 면제받을 수 있다. 이 방법은 중소벤처기업부가 관련 문의 시 안내하는 내용과 일치한다.
다만, 이 같은 방법에 대한 실효성은 의문으로 남는다. ICP인증 기업과 거래해도 3개월 가량을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일본 정부의 반도체소재 등 수출 제한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에 따르면 ‘3개월 미만(28.9%)’, ‘3~6개월(30.1%)’ 등 기업 59%가 이같이 답했다.
관련 산업에 대한 영향이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59.9%에 달했고, 이에 대한 자체적인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46.8%가 ‘대응책이 없다’고 응답할 만큼, 관련 중소기업들이 현 상황을 전혀 준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계는 국내 기업의 소재 개발, 제3국 소재 수입 등을 통해 반도체 기술의 일본 의존성을 줄이려는 궤도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재 거래처 다변화에 1년 이상 소요된다는 응답이 조사대상의 42%,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된다는 응답은 34.9%였다. 6개월 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업체는 23.1% 뿐이었다.
해외 업체들과 거래하는 한 중소기업의 경우 일본산 부품을 사용하라는 매뉴얼까지 받아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부품에 대한 공급처 다변화를 이뤄내도 해당 거래처에서 이를 받아주는 것에 대한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김태환 중기중앙회 국제통상본부장은 “중요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완제품을 만드는 대기업이 피해를 입고, 대기업에 부품 공급하는 중소기업에도 간접적인 피해가 온다”며 “중기중앙회는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나 대기업 연계 등을 위해 여러 정책을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