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멈췄지만 한국당 표대결서 불리...동물국회 재현 우려
[매일일보 박규리, 조현경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의 합동작전으로 변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편안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제1소위를 통과해 전체회의로 이관된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일단 안건조정위 카드로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바른미래당 위원들이 힘을 합치면 한국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라 제2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동물국회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소위서 민주·바른·정의·무소속 7명 찬성
여야가 26일 국회 정개특위 1소위원회를 열고 여야 4당 합의안을 포함한 선거법 개정안 4건 처리를 논의한 결과, 한국당이 요구한 정개특위 연장 대신 전체회의 이관을 결정했다. 이날 이관된 4가지 선거법개정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심상정 의원 안(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 합의안)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의원정수를 270석으로 줄이는 내용의 정유섭 의원 안(한국당 안)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63석으로 의원정수를 316석으로 늘리는 내용의 박주현 의원 안 △석패율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운천 의원 안이다.
소위원회에서 전체회의 이관을 위한 표결 결과 여야 재석의원 11명 중 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무소속 의원 7명은 찬성해 전체회의 이관이 의결됐다. 한국당 의원 4명은 "무효"라고 외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당은 이같은 전체회의 의결을 두고 '날치기 처리, 제2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폭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위에서 법안 일독조차 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강행 날치기를 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완성시키고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사람이냐"라고 비판했다.
▮안건조정위도 표결 가면 한국당 속수무책
이에 한국당은 앞서 선거법 개정안이 전체회의로 이관되면 안건조정위로 막겠다고 경고한 대로 국회법에 따라 긴급 안건조정위원회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법 57조의2항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구성되는 기구로, 최장 90일까지 활동 가능해 일단 한국당으로서는 본회의 표결 강행에 방어막으로 삼을 수 있다.
한국당이 안건위로 제동을 걸면서 당장 민주당의 8월내 선거법 개정안 표결 강행은 어려워졌다. 안건위는 여야간 이견을 조정해야 할 안건 심사가 있을 경우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최장 90일간 이견 조정 활동을 할 수 있게한 제도다. 하지만 한국당 요구(민주당 8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정의당 1명, 무소속 1명 등 총 19명)만으로 안건조정위 회부가 가능한 것과 달리 안건위가 실제 가동된 이후의 상황은 한국당에게 유리하지 않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3명, 한국당 2명, 이외 정당 1명으로 구성되는데, 정의당 등 선거제 개편을 원하는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성식 의원이 안건조정위원회에 포함되면 한국당이 반대해도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쳐 본회의 부의 절차에 들어가게 되는 최장 90일의 활동기한을 당길 수 있어 한국당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다는 의미다.
▮벌써부터 여야 격론...동물국회 재현 우려
선거법 본회의 표결처리 우려에 직면한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전체회의장에서도 강하게 항의했다. 또 여야간 거짓말 논쟁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선거법 6개 쟁점 중에 2개 쟁점만 그것도 수박겉핥기 식으로 토론했고 나머지 4개 쟁점은 논의해보지도 못했는데 표결을 강행했다"며 "민주당은 정치개혁이라는 단어를 쓸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이게 뭡니까. 너무한 것 아니냐"며 "국회의원이 이렇게 거짓말을 해도 되느냐. 지난 몇달간 논의하지 않았느냐"고 장 의원에 맞섰다. 이처럼 전체회의 첫 날부터 민주당과 한국당 간 충돌이 격해짐에 따라 향후 선거제 개편안 처리과정에서 동물국회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