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국내 대기업들의 연말 정기인사가 한창인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이번 인사를 통해 오너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글로벌 경제불황이 장기화되는 시점에서 오너십 강화를 통해 위기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포석이지만, 일각에선 책임은 동반되지 않은 오너의 권력 강화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9일 재계에 따르면 오너일가를 경영전면으로 가장 먼저 전진 배치한 기업은 바로 GS그룹이다.GS그룹은 지난 4일 임원인사를 통해 총 37명의 임원 승진 중 7명을 오너 3~4세로 채웠다.우선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둘째동생인 GS 칼텍스 허진수 부회장(59세)이 대표이사(CEO)로 선임됐으며, 허창수 GS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상무보는 경영혁신담당 상무로,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 칼텍스 전무는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또 허창수 회장의 4촌 동생인 허연수 GS리테일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MD본부장 겸 정보서비스부문장을 담당하게 됐고, 허 회장의 사촌인 허용수 GS에너지 전무는 부사장으로, 허창수 회장의 5촌 조카인 허준홍 GS 칼텍스 상가포르법인 원유제품 트레이딩부문장은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국내 1위의 재벌기업 삼성그룹 역시 지난 5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당초 이재용 사장은 올해 승진명단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 같은 예상을 뒤엎고 한층 강화된 권한을 갖게됐다.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업들의 오너십 강화를 세대교체 더불어 글로벌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인 대응방안 측면으로 해석하고 있다.전문경영인 보다는 오너경영체계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국내 기업들의 특성상, 오너의 권한이 강화될 경우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과감한 결단력을 통한 선제 대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한때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오던 기업들도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다시 오너경영체제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다만 책임이 동반되지 않은 권한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단적인 예로 삼성의 경우만 살펴봐도 이재용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됐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는 여전히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회사에 대한 권한은 강화됐지만, 막강해진 권한에 뒤따르는 책임 소재에서는 비껴난 셈이다. 이 같은 비대칭적 구조는 결국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오너가 지지 않으려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실제로 지난해 말 국내 대기업 오너들의 강력한 권한에 비해 책임부담은 상당히 미미한 점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경영체제가 더 적합한 국내 기업들의 특성상 오너의 권한 강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라면 책임 또한 강화돼야 한다”며 “사외이사 등의 감시기구를 통해 오너의 권한을 견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