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한전, 납품비리 ‘복마전’ …전력수급 ‘빨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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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한전, 납품비리 ‘복마전’ …전력수급 ‘빨간 불’
  • 권희진 기자
  • 승인 2012.12.12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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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원전 3,4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국내 전력사업을 책임지는 거대 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잇단 납품비리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특히 최근 동절기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이들의 납품비리는 전력수급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원전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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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납품비리로 빈축을 사고 있는 한수원은 최근 현재 건설 중인 원전 신고리 3,4호기에도 위조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11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3, 4호기의 비안전등급 설비인 소화수 펌프용 제어패널의 내진시험 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위조 부품의 낙원

이 부품은 원전 화재 시 소화수 펌프를 작동하는데 필요한 장치이지만, 부품이 불량품일 경우엔 제대로 작동이 안 될 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와 관련 한수원이 사전에 불량 원전부품임을 알고도 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앞서 영광 원전 5, 6호기처럼 짝퉁 부품으로 인한 가동 중단 사태가 또 빚어질 경우 대규모 전력난이 우려되는 만큼 한수원 측이 이를 무마하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주 고리원전 3, 4호기에 이어 검증되지 않은 부품을 사용한 원전은 울진 3·4호기, 영광 1·2·3·4·5·6호기, 고리 2호기, 그리고 이번에 드러난 신고리 3·4호기까지 총 13기로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전이 최우선인 곳에서 시험을 거치지 않은 부품이 사용된 전례가 속속 밝혀지면서 시민단체들은 원전에 대한 철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각종 납품 비리 등 원전 사고가 터질 때마다 “문제없다”는 안일한 식의 한수원 대처에 국민들의 불안감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 도 넘은 모럴해저드

이런 가운데, 전력공급의 또 다른 책임자인 한전도 최근 1조원 대 국책사업인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불량부품을 납품하는 업체에 특혜를 몰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여 한바탕 된서리를 맞고 있다.

차세대 지능형전력망인 스마트그리그는 전력공급에 정보기술을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통신하도록 한 기술로, 통신 칩(PCL)의 기능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전은 규격에 미달한 부품을 제출한 업체를 납품업체로 선정했다. 특히 한전은 PCL칩 사이에 통신이 되지 않을 경우 지능형전력망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을 인지하고서도 해당 업체를 지난달 납품업체로 선정,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하지만 한전 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부품 시험을 중단한 상태로 업체 선정도 하지 않았다”며 “업체에 합격통보를 한 사실도 없고 따라서 부품 구매도 하지 않았다”라며 일축했다.

추락하는 신뢰도 어디까지?

문제는 이 같은 전력당국의 모럴헤저드가 겨울철 전력 수급에 지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에 따르면 최근 고리 2호기와 영광 1·2·3·4호기 등 5개 원전에 납품된 보증서 위조 부품은 180개 품목 1552개에 달한다.

연일 터지고 있는 한수원의 위조부품 사용이 덜미를 잡히면서 가동중단 사태를 빚는 가운데 한전의 차세대 전력망에도 불량부품이 공급된 것으로 밝혀져 전력사업의 핵심 축인 두 공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불신은 점점 더 가열되고 있다.

위조 부품이 들어간 원전이 가동될 경우 언제 원전 위험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살아야 할 뿐 아니라 원전 중단사태가 거듭 빚어질 경우 전력수급에 심각한 문제를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전문가는 “짝퉁부품 설치로 원전 안전성에 심각한 우려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한전마저 불량부품을 납품하려 했다는 것은 전력당국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거쳐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시키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한전과 한수원 등 전력공기업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전력수급 불안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전력 수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위조 부품 교체 작업 시 실수로 원전 한 기라도 멈춘다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전력 공기업들인 한수원과 한전에 과감한 개혁 단행을 통해 추락한 신뢰도부터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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