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에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야당에선 제도 무력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하고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 조합원들은 분양가 상한제 철회를 요구하는 등 반발이 거센 탓이다. 전문가들도 제도 도입을 놓고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당장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급 경색’에 따른 수요난, 상한제 미적용 주택의 가격 인상과 건설 경기 악화 등을 우려한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규모 공급 물량이 서울에서 나오지 않는 한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집값을 낮추는 데는 크게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거시 경제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급속히 냉각 중인 내수경기와 더불어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8월 말 국회에서 “분양가상한제는 부동산 시장 움직임을 봐가면서 가장 좋은 시기에 가장 적절한 지역을 대상으로 시행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서울 아파트값이 11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제도 시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의 시행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공급 부족 우려에 따른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완화할 대책 등 여러 보완책을 함께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가상한제가 공공복리에 적합하고 공정한 부동산 시장질서 유지 정책이라는 점을 설득시키는 한편 민간 분양 물량이 줄어든 만큼 공공 임대주택 물량을 늘려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이어 “특히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 등 서울 핵심 지역에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저렴한 주택이 계속해서 시장에 공급돼야 분양가 상한제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의 의견도 비슷했다. 함 랩장은 “분양가상한제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서울 등 대기수요 높은 지역에 대한 꾸준한 공급 확보 방안, 보유세 인상에 발맞춘 거래세 정상화 등의 후속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서울 강남권에 몰리는 주택 수요를 낮출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들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본부장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된 일자리와 사무실, 부동산 개발 수요를 강북과 수도권 지역으로 분산하는 국토 균형발전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 부동산에 몰리는 유동자금의 대체 투자처를 마련하는 정책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