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재고평가이익 상승과 IMO2020 고려해 추천하기도
[매일일보 정웅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설비 피격로 인해 국제유가가 들썩이면서 국내 석유화학·정유주 주가도 함께 요동을 쳤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해외 이슈로 인한 투기적 수요를 경계하며 성급한 매수를 지양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14일 발생한 테러로 인해 사우디는 하루 평균 570만 배럴가량의 원유 생산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며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이 여파로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4.68%(8.05달러) 뛴 62.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두바이 유와 북해산 브렌트유 또한 각각 7.74%와 14.61%씩 급상승했다.
그러나 17일 피해를 입은 원유 시설의 생산이 이달 말까지 완전 정상화될 것이라는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의 발표로 인해 WTI를 비롯한 국제 유가는 2~6%대 하락 반전을 하며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또 사건 발생 당일보다 유화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또한 유가 진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가 급반전하는 동안 국내 석유 유통업체와 정유업체 주가도 요동쳤다. 유가가 치솟은 지난 16일 한국석유는 29.68% 오르며 상한가를 찍었고 △SH에너지화학(18.31%) △극동유화 (12.99%) △에쓰오일(2.31%) △SK이노베이션(2.67%) 등이 상승했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채권(ETN)도 상승했다.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은 6.93%,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5.98% 올랐다. ETF인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도 7.52%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유가가 안정세를 찾자 이들 종목 모두 하락 반전했다. 지난 17일부터 △한국석유(-6.34%) △SH에너지화학(-5.56%) △S-Oil(-0.98%) △SK이노베이션(-0.87%) 등 관련 종목들은 대체로 하락했다. 18일도 장 초반부터 하락세로 출발했다.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흥구석유도 이날 장 초반 7% 하락으로 시작했고 관련 ETF와 ETN도 이날 10%대 급락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관련주들의 지나친 상승을 경계하고 성급한 매수를 경고했다. 국제유가가 미국의 가격조정으로 추세적 상승을 보일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또 공급불안 지속에 의한 유가 급변동은 정제마진을 낮춰 관련주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전세계 산유량의 5%’, ‘유가 배럴당 100달러 가능성’ 등의 문구가 투기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유가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정제마진 상승 등으로 국내 정유주와 석유화학주에 호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도 “국제유가 급등 시 정제마진은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고 사우디 원유도입가격(OSP) 강세에 따른 원가상승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유가 급등으로 인한 정유주의 단기 재고평가이익 증가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IMO 2020) 시행이 석달 앞으로 다가왔다는 호재가 맞물리는 점을 고려해 정유주에 대한 매수를 추천하기도 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이달에 상승세로 마감할 경우 국내 정유사는 3·4분기 재고평가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IMO 2020으로 인한 저유황연료유 수요 증가로 수혜가 예상되므로 선제적인 정유주 매수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생산 중단 사태가 단기간에 그친다면 유가 반등으로 재고 관련 손익이 개선되면서 정유사들에는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