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황동진 기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58ㆍ사진)의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있어 손발 역할을 했던 해외법인 전 대표가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9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김한수)는 담 회장의 지시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횡령)로 오리온그룹 위장계열사 I사의 베이징법인 전 대표 신모(49)씨를 불구속 기소했다.신씨는 지난해 검찰이 담 회장 등을 일괄 사법처리할 때 중국에서 잠적해 기소중지됐다가 11월 자진 귀국해 조사를 받았다.신씨는 2006~2007년 I사의 중국 내 3개 자회사를 통해 법인자금 18억9000여만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리온에 제과류 포장재를 납품하는 위장계열사인 I사는 담 회장이 횡령ㆍ배임 혐의로 기소됐을 때 횡령처 중 한 곳으로 알려졌던 회사다.검찰 조사에서 신씨는 “회사에서는 중국에서 일련의 작업을 진행한 내가 입국하지 않으면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었다”면서 “담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니 돌아와도 되겠다고 판단해 귀국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신씨가 자진해서 귀국했고, 담 회장의 하수인에 불과한 점을 감안해 구속하지는 않았다.담 회장은 고가의 미술품을 법인 자금으로 구입해 자택에 설치하는 등 3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한편, 지난해 비자금 조성 의혹을 샀던 오리온그룹 계열사 스포츠토토 전 대표와 비교돼 눈길을 끈다.지난해 6월 오리온그룹 계열사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체육복권사업 위탁업체인 스포츠토토의 대표이사 해임 과정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담 회장이 대주주의 인사 조치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대호 스포츠토토 대표를 해임하는 절차에 착수하자 박 대표가 이에 반발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박 대표는 “스포츠토토 이사회에서 담 회장이 자신의 측근인 정선영 스포츠토토 부사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하려다 이사회의 반대에 부딪히자 인사권 침해를 이유로 나를 매도하고 부당하게 해고하려 하고 있다”며 “당초 오너인 이화경 오리온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위해 사외이사들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설득하는 등 대주주의 인사권을 존중해 왔다”고 말했다.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심재돈)는 지난해 5월 회사 자금 96억원을 오리온그룹 조경민 사장과 공모해 빼돌린 혐의로 스포츠토토 전 재경팀 부장 김모씨를 구속했다.검찰은 김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스포츠토토에서 조성한 비자금이 담 회장 내외로 흘러들어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오리온 측은 “박 대표 해임은 그룹 차원의 (각자대표체제) 제안을 거부한데서 나온 불가피한 조치”라며 “스포츠토토 압수수색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