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이틀전 청원이 시작되었지만, 국민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전파되어 벌써 13만 6534명(10시반 기준)을 돌파한 청와대 청원이 있다.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하는 청원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인 손모씨가 다크웹에서 영유아 및 4~5세의 아이들이 강간, 성폭행을 당하는 영상들을 사고 파는 사이트를 운영했는데, 고작 18개월형을 선고 받았다. 청원글에는 미국에서 해당 영상을 1번 다운로드 한 사람은 15년 형을 선고 받았는데, 어떻게 사이트를 운영한 사람이 이렇게 적게 형을 선고 받을 수 있느냐는 울분이 포함되어 있다.
아마 피의자가 한국인이라 한국법의 적용을 받았을테니 저런 이해가 안되는 형을 받았을 것이다. 국민들도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 '성'과 관련된 법은 국민 법감정을 대변하지 못하는게 현실 아니던가? 하지만 지금 국회에서는 해당 사건을 언급하면서 '법의 미비'를 지적하는 정치인들이 하나도 없다. 미국 법무부는 이번 사건으로 'Korea'를 11번이나 언급하는 등 국가적 망신살이를 당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국회는 이미 관련법의 미비를 고칠 기회가 있었다. 몇 년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모 웹하드업체가 헤비업로더와 유착했는데 마땅히 처벌할 법이 없다는 호소가 올라왔었다. 해당 청원은 20만 명의 동의를 받았었지만, 불법 동영상 규제 관련 법규는 지금도 여전히 국회에 잠들어 있다.
소비자피해 구제를 위한 '소비자 집단소송법'도 마찬가지다. 십년 전 국가에서 판매를 허가한 가습기살균제로 1400여 명의 국민들이 사망하고, 일부는 산소통을 끌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을 겪었는데 재발 방지 규정이 없다. 소비자 집단소송법을 도입해 기업이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내야 이런 사회적 참사도 미리 막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20대 국회 4년 동안 집단소송법 관련 법안이 11개가 발의됐지만, 상임위인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논의된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조 전 장관 이슈에 들였던 여야 정쟁 에너지 중 일부라도 집단소송법에 투입했다면 이번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었다'는 어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부모의 절규가 귀에 맴돈다.
우리나라 국회는 '하나만 판다'가 신조 같다. '조국 국감', '조국 후폭풍' 등이라고 이름 붙이며 조 전 장관 이슈가 국회를 삼켜버렸다. 올해초부터 국회를 마비시킨 선거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작 일반 국민들은 본업인 일도 하고, 대학원도 다니고, 재테크도 하고, 유튜브로 부업도 하고 참 다재다능하다. 하나만 파서는 생존하기 어려운 사회니까. 그런데 왜 정치인들은 본업(입법)은 하지 않고 부업(정쟁)에만 몰두할까? 똑똑한 국회라면 다 해야 한다. 다재다능한 요즘 국민들은 어느쪽이 다재다능한지 지켜보고 있고, 그게 내년 총선 성적표로 나올 것이다.